쏟아지는 E메일 처리는 휴가를 다녀온 뒤에도 골칫거리였다. 그새 300통이 넘는 E메일이 수북이 쌓여있어 이를 처리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씨는 “휴가라고 하지만 끊임없이 들어오는 E메일 때문에 업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직장인들은 모처럼 일에서 해방돼 바다와 산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러나 E메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휴가 중에도 E메일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전체 인터넷인구(1500만명 가량)의 70% 가량이 E메일을 사용하고 1인당 평균 2.56개씩의 E메일 계정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E메일 계정수는 2500만∼3000만개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수십통씩 E메일을 주고받는 벤처기업 직원들은 휴가 중에도 노트북PC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사내에선 휴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외부인들은 휴가기간에도 계속 E메일을 보내와 마음놓고 즐길 처지가 못되기 때문.
미처 노트북PC를 챙기지 못한 직원들은 휴가지에서 인터넷PC방을 찾는다. 주로 E메일 확인과 화상채팅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다. 얼마전 휴가를 사용한 나우누리의 한 직원은 “직접 전화로 통화할 경우 휴가기간에도 일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E메일로만 일의 진척 상황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E메일 확인을 게을리할 수도 없는 처지. 틈틈이 살펴보지 않으면 회사로 돌아와 수백통에 달하는 E메일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고 중요한 거래가 휴가기간 중의 ‘무관심’으로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띠앙 이종혁 팀장은 “휴가 중간에 한두번 가량 E메일을 확인하면 업무상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E메일에 너무 집착하면 휴가가 아닌 재택근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