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한국 의료수준 58위로 후진국…프랑스 1위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세계보건기구(WHO)가 21일 전세계 191개 회원국의 의료체계를 분석 비교한 ‘세계 보건 2000’ 보고서를 발표했다.

WHO가 세계 각국의 전반적인 의료 체계를 세부적으로 분석해 종합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보고서는 발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가운데 의료체계 전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국가는 프랑스이고 2위는 이탈리아가 차지했다고 AP통신이 21일 전했다.

국민 1인당 보건복지 예산이 가장 많은 미국과 사회복지 제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돼 온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예상 외로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또 20위 내에 한 나라도 들지 못한 미주 대륙과 40위 내에 겨우 2개국만 포함된 아시아 지역은 전체적으로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폐업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은 태국(47위)보다도 낮은 58위에 그쳐 국민보건 체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WHO는 이번 평가를 위해 △전반적인 국민 건강 수준 △국내 계층간 의료혜택의 불평등 △환자의 만족도와 의료체계 효율성간 연관도 △소득수준과 의료서비스 단계의 대비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의료 비용분담 등 5개의 항목을 평가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 WHO사무총장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복지 수준은 의료체계의 효율적인 수행 여부에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브룬틀란 사무총장은 “효과적인 의료체계와 국민 건강의 증진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들이 의료 환경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국들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소득수준에 걸맞은 양질의 의료보장 혜택이 주어지고 있고 국민도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 중에는 노르웨이가 11위, 스웨덴이 2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료 부문에 투입하는 예산의 규모보다는 그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실례로 미국은 회원국 중 보건복지 예산(99년 GDP의 13.7%)이 1인당 3724달러로 가장 높았지만 결과는 칠레(33위)와 도미니카(35위)에도 못 미치는 37위로 나타났다.

반면 GDP 대비 1인당 의료비용이 미국보다 훨씬 낮은 프랑스(2125달러)와 일본(1759달러)은 각각 1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유이 라인하르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부유층은 비싼 민간보험으로 훌륭한 의료보장 혜택을 받는 반면 빈곤층의 경우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지역의 의료체계는 ‘낯 뜨거운’ 수준이었다. 일본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40위 내에 진입한 나라가 전무했다. 특히 한국은 1인당 보건복지 예산에서는 31위에 올랐으나 의료혜택의 공정성 분야에서 53위, 유아 사망률과 평균연령 등을 기초로 한 국민건강 수준에서 107위를 차지한 끝에 결국 58위(북한 167위)에 머물렀다.

이는 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49위)나 아프리카의 튀니지(52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후진국 수준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