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표준' 못맞추면 통신 마비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채널을 맞춰야 한다. 즉 TV방송국이 보내는 전파의 주파수와 TV수상기 내부회로가 같은 주파수로 감응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화면이 뜨지 않거나 뜨더라도 찌그러진 모습이 비쳐지게 된다.

▼서로 '시간'일치해야 송수신 가능

마찬가지로 9시 뉴스를 보려면 TV 방송국에서 9시에 뉴스를 전파로 띄워야 하고 TV를 보는 사람은 9시에 TV를 켜야 한다. 이 때 양쪽 시계가 정확하게 시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시청자는 뉴스를 놓치게 된다.

최근 첨단 디지털 통신의 발달로 정보의 송신자와 수신자간에 시각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기술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9시 뉴스에 맞추지 못해 TV를 늦게 켜면 지나가버린 뉴스를 보지 못하고 다음 프로를 보는 정도의 결과가 빚어진다. 그러나 디지털통신에서는 통신자체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른다.

▼기술 발달할수록 정밀한 표준 필요

전화에서 송신자와 수신자간에 시간이 일치화가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말이 끼어들어오거나 잡음이 생겨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된다. 팩스로 받은 문서는 글씨나 그림이 깨져서 들어오게 되고 화상전화의 화면은 엉망이 된다.

통신 시스템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송수신쪽의 시계를 일치시키려면 서로 같은 ‘표준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또 양쪽의 시간을 일치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면 매우 정확하게 시각을 나타내는 시계를 이용해야 한다. 빠른 인터넷 등 초고속통신시스템에서는 일치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수 마이크로 초(1마이크로 초는 1백만분의 1초)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표준을 정해놓고 매우 정확하게 시간을 재는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표준 맞추기와 정확한 측정은 기술산업의 발달에 따라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밀한 제품일수록 표준과 측정이 더욱 정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선 10조분의 1초까지 측정

국가측정표준의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185개 분야의 국가표준을 정해놓고 관리하고 있다. 시간 길이 질량 온도 전기 물질량 광도 등 7개의 기본 물리량의 기본단위를 포함해 과학기술과 산업분야에서 필요한 각종 측정 기준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의 표준과 정밀정확도 수준은 전체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약간 뒤지고 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동등한 수준에 올라선 상태.

표준연 자료에 따르면 전기를 측정하는 정밀정확도는 10억분의 5볼트 수준으로 선진국과 마찬가지 단계에 있지만 길이는 100억분의 1m 수준으로 선진국의 1000억분의 1m에 비해 뒤지고 있다. 시간의 경우에도 국내에서는 1조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잴 수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10조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은희준 표준연원장은 “국가 측정 표준은 과학기술 발전 능력의 바로미터이며 과학기술 및 산업발전의 기반으로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범국가적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성하운기자>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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