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방이야기]"밥 냄새에 살찐다" 엄살만은 아니다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6분


“선생님, 저는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인가 봐요. 요즘은 밥 냄새만 맡아도 살 붙는 소리가 들려요.”

얼굴이 둥근편이고 가슴보다 배가 더 발달된 태음인 중엔 이렇게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태음인은 섭취된 음식을 ‘에너지로 소모하기’(기화·氣化)보다 ‘살로 만들기’(물화·物化)에 능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40대 남자 32%, 여자 30%가 비만이며 50대 여성은 무려 41%가 비만. 이때 살을 빼려고 단식과 절식에 의존하는 사람이 식이요법을 택하는 경우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한다. 그러나 섣부른 단식과 절식은 되레 비만을 고착화시킨다.

인간의 육체는 대자연 속에서 굶주림을 견디며 진화했기에 굶으면 즉각 생존을 위한 비상체제가 가동된다.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흡수되는 열량은 가차없이 저장된다. 탄수화물에 예민한 체질은 밥 냄새만으로도 인슐린이 분비되어 몇 숟가락의 밥도 체지방으로 저장된다. ‘밥 냄새에 살찐다’는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닌 것. 이런 신체변화는 단식 후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을 일으키므로 굶기보다는 음식조절을 해야 한다.

한국인은 밥으로 탄수화물을 다량 섭취해 힘든 농사일을 견뎠는데 옛날엔 탄수화물이 근육노동으로 소비돼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운동이 부족한 요즘 고기를 먹고도 된장 찌개에 밥 한 그릇이 있어야 하고, 생선회로 포식해도 매운탕에 밥 한 그릇을 곁들여야 하는 흰 쌀밥 중심의 식습관은 탄수화물 과다형 비만과 당뇨병등의 주원인이 된다.

밥 빵 국수 등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매 끼니 생선 고기 치즈 등의 단백질을 적당량 섭취하는 균형식을 하면 체지방을 만드는 인슐린의 분비가 억제되고 지방을 연소하는 글루카곤의 분비가 좋아진다.

건강한 20, 30대이거나 비만도가 120% 이하면 탄수화물-단백질 조절식과 걷기 달리기 계단오르기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도 일정 부분 비만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비만도 120% 이상의 비만인들은 각종 성인병이 생기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합한 섭식과 알맞은 운동 그리고 체질에 맞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 032 -654-1075 손영태(부천 명가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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