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사냥꾼 퇴장"… 남의 상표권 선정땐 등록취소

  • 입력 2000년 3월 9일 19시 47분


기업 이름이나 상표를 짓는 작명(네이밍)업체들에는 요즘 인터넷 도메인을 지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빗발친다. 네이밍 업체들이 도메인 이름을 지어주고 받는 댓가는 다른 상표에 비해 50%가 더 비싸다. 쓸만하다 싶은 도메인은 대부분 이미 ‘주인’이 있어 다른 이름들에 비해 작명에 더많은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메타브랜딩의 박항기 기획이사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괜찮은 도메인을 하나 개발해서 고객의 승낙을 받고 회사로 돌아가 도메인 등록기관의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제 눈을 의심했어요. 두시간 사이에 스페인에서 이미 그 이름을 등록해버린 겁니다.”

▽‘봉이 김선달식 배짱’은 끝〓한 때 괜찮았던 유명상표권 선점 방식은 이제 통하기 힘들기 됐다. 국제인터넷관리기구들은 작년부터 타인의 상표권을 도메인 이름으로 선점해 상표권자에게 되팔려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도메인은 등록을 취소하거나 정당한 관리자에게 이전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1월 상표법을 개정해 이른바 ‘도메인 사냥꾼(사이버 스쿼터)’에게 민형사상의 책임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도메인 관련 국제기구에 접수된 분쟁건수는 246건. 이미 8건에 대해서는 도메인 네임을 상표권자에게 이전하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법원이 ‘샤넬’ 과 ‘하이마트’ 상호를 특허청에 선점 등록한 김모씨 등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투’와 ‘틈새’전략〓기존 대형 사이트의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군소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령 세계최대 사이버 서점인 아마존(amazon.com)의 경우 아마좀(amazom.com) 혹은 amazone 등 ‘유사사이트’가 출현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일종의 미투(Me Too)전략인 셈. 가령 amazon을 치려다가 amazom으로 잘못 입력하면 아마존과 비슷하게 꾸민 서적 판매 사이트로 접속된다. 다른 유명사이트 이름 뒤에 ‘∼01’식으로 숫자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국내 유명 쇼핑몰들은 이런 ‘유사품 전략’이 국내에도 상륙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특허청 심사기준과 문삼섭 담당관은 “현재로선 유사 명칭에 대한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곤란하다”면서 “처리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아 있는 이름을 찾기 어려워진 닷컴(.com) 도메인의 경우에도 닷컴 앞 도메인명에 net 등 접미어를 붙이는 식으로 살짝 비트는 방법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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