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原電 사고]안전수칙 무시…'방사능 공포' 확산

  • 입력 1999년 10월 6일 19시 47분


일본에서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4일 월성 원전3호기에서 중수(重水)누출로 인해 작업자 22명이 피폭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방사능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전은 “원전 내부에서 중수누출은 작업 중 흔히 있는 일이고 피폭량이 연간 허용치의 11분의 1에 불과하며 외부로 방사능이 유출된 사례는 없다”며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많은 작업자들이 한꺼번에 피폭된 사건이 처음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성사고의 원인〓박용택(朴用澤)한전부사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매년 한번씩 하는 예방점검작업 중 원자로 건물 내 감속재 펌프를 해체하다가 중수 유출을 막아주는 부품(O링)에 결함이 생겨 중수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작업종사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품결함으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작업 전에 중수를 미리 빼내야 하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조사결과 사고 당시 피폭된 사람은 2명이고 나머지 20명은 흘러나온 중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폭된 것으로 나타나 사고 처리과정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정확한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심의관 등 전문가 5명을 월성원전에 파견했다. 과기부 이헌규(李憲圭)원자력국장은 “한전 보고와는 별도로 작업 안전수칙 이행 여부와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 중수 유출량, 외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사고의 문제점〓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14기로 최근 3년간 사고나 고장으로 52번이나 원자로가 정지됐다. 연도별로는 97년에 27번으로 가장 많았고 98년에 11번, 올해는 지금까지 14번 원자로가 멈췄다. 고장이 이처럼 잦기 때문에 원전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한전은 이번 사고와 비슷한 중수 유출이 84년 이후 7번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기부가 파악한 바로는 중수 유출사고가 4번에 불과하다.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는 과기부가 중수 유출사고에 대한 자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과기부는 올해 국감자료에서도 “지난 3년간 일상적인 누출 외에 사고 등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은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