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테크놀러지]極小세계 분자정보 체계화

  • 입력 1999년 8월 27일 19시 10분


【‘2020년경 PC를 사려면 인터넷을 통해 조립법만 산 뒤 이른바 ‘나노박스’에 조립법 정보를 넣으면 잠시후 진짜 컴퓨터가 튀어나올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지 최신호에 소개된 이 허황스러운 이야기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나노기술연구의 대가 제임스 엘렌보겐박사가 주장한 말이다.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 바이러스병균을 잡아 먹는 초미니 의료로봇, 먼지 한 톨보다도 더 작은 첩보로봇, 머리핀 끝보다 작은 크기에 백과사전을 저장하는 초미니반도체 등등…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만한 이 모든 것이 ‘나노(nano)테크놀러지’가 21세기에 펼쳐낼 꿈같은 세상이다.】

▽보이지 않는 우주〓나노(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에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란 말에서 유래됐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원자 3,4개를 이어놓은 정도다. 야구공을 지구 크기로 확대하는 비율로 원자를 확대하면 포도송이만 해지니까 그 길이를 짐작할 수 있다.

나노기술연구자들은 ‘물질은 곧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고 과감히 주장한다.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분자와 원자. 이 나노세계에서 물질의 분자구성정보만을 알면 무생물은 물론 생물까지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있다.

엘렌보겐박사는 “인터넷을 통해 분자정보만을 구입하면 마치 하드디스크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듯 원하는 물질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C의 나노 정보만 알면 모니터 본체 키보드 등을 눈 앞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르면 2005년에는 나노 수준의 컴퓨터회로를 전송받아 재구성하는 첫번째 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그 뒤 10년이 더 지나면 나노 컴퓨터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생명체도 소프트웨어의 산물?〓나노기술은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도 도전한다. 세포나 유전자도 결국 수많은 분자의 조합체. 이 조합정보를 알아내고 분자를 통제할 수 있다면 생명체 창조(조립)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의 소프트웨어처럼 그 구성정보를 인터넷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생명체의 나노 정보는 진화와 스스로 성장하는 분자기계의 비밀을 갖고 있어 나노 과학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가 물질도 무한히 만들어내며 지구온실화문제도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나노공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인류의 나노 기술은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을까. 100만분의 1을 뜻하는 미크론(micron)의 세계에서 나노의 세계에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물론 머리카락 1올의 굵기인 100㎛(미크론미터)에 비한다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물리학과 국양교수를 단장으로 한 나노기억매체연구단이 97년부터 9개년간 나노미터 단위의 초고밀도 기억장치 개발 연구를 진행중이다.

▽데모크리투스의 부활〓기원전 5세기 원자론을 처음 주장한 철학자 데모크리투스의 원자론이 현대의 나노 과학자들을 흥분시키는 원동력이다. 분자기계와 재조립으로 표현되는 나노기술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80년대 원자현미경(STM)과 원자력현미경(AFM)이 잇따라 발명되면서부터. 이들 현미경은 분자와 원자를 관찰할 뿐 아니라 분자를 움직이거나 화학반응까지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장비는 한번에 한개씩의 분자만 움직일 수 있어 초보적인 물질 하나를 만드는데도 천문학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이 21세기 인류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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