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산업」, 7월 전자서명법 시행앞두고 상승세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암호도 산업이다.’

7월 전자서명법 시행을 앞두고 컴퓨터와 통신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보호해주는 암호 관련산업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80년대 들어 컴퓨터 통신망에 침입, 중요한 자료를 빼내가는 해커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보를 지키기 위한 암호기술도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암호기술을 이용한 대표적 상품은 통신망에서 외부인의 침입을 막아주는 파이어월(Firewall·네트워크침입차단시스템).

은행 공공기관 정보통신업체 등 주요 자료를 많이 다루는 기관일수록 성능이 뛰어난 파이어월을 설치한다. 파이어월 한가지 제품이 정보보호시장의 30%를 차지한다.

이밖에도 △전자서명에 필요한 IC카드와 IC카드리더기 △외부인 컴퓨터침입탐지시스템 △특정인만 컴퓨터를 이용하게 하는 PC보안장비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 등 암호 관련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암호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정보보호산업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어난 6백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암호산업은 나라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무부가 수출관리법으로 암호제품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을 정도. 미국 내에서 팔리는 컴퓨터제품은 1백28비트까지 암호키를 허용하지만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은 56비트 이하로 낮춘다.

56비트 암호기술은 슈퍼컴퓨터로 1시간 이내에 풀 수 있지만 1백28비트 기술은 슈퍼컴퓨터로 수백년이 걸려도 해독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해외로 수출한 컴퓨터의 암호를 모조리 풀 수 있지만 다른 나라는 미국내 컴퓨터의 암호를 전혀 해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 암호산업은 아직은 초기 단계. 그러나 몇년전부터 서울대 과기원 포항공대 출신의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잇따라 창업, 현재 20∼30개의 정보보호업체들이 등장했다.

암호산업은 ‘다수의 평범한 사람보다 1명의 천재에 의존하는 산업’으로 수학과 소프트웨어 실력이 성패를 가른다.

정보통신부 신용섭정보보호과장은 “유태계가 운영하는 체크포인트사는 현재 세계 파이어월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국인도 수학과 창의력이 남못지 않기 때문에 암호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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