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꾀많은 동물’…기묘년 띠풀이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새해 1999년은 토끼해인 기묘년(己卯年). 뒷 산과 집 마당에서 뛰놀며 서민과 친숙해진 토끼는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다산(多産)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달에 선약(仙藥)을 찧는 토끼가 있어 달 표면의 거무스레한 문양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했다. 고구려 고분에서 약을 찧는 옥토끼 벽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계수나무와 두꺼비가 토끼와 함께 어우러져 달의 상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이후 다양한 민화에서 떡방아를 찧는 옥토끼로 변화했는데 여기서는 토끼 두마리가 함께 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흔히 등장해 부부 사이의 금슬을 상징한다.

조선 헌종대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정월 첫 토끼날(卯日)인 상묘일(上卯日)에 ‘톳실’이라 하여 새로 뽑은 실을 주머니 끝에 달아매서 재앙을 물리친다 하였다. 1년에 4∼6회나 임신하는 토끼는 동서를 막론하고 다복(多福)의 상징으로 쳤다.

우리 민화와 속담 등에서 토끼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꾀를 써서 물리치는 영리한 존재로 등장한다. 반면 급하고 경망스러운 성격 때문에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천진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옛 이야기 속에는 탐관오리나 양반을 호랑이로, 억울한 민중을 토끼로 빗대어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끼해를 맞았으니 사람들도 용왕을 속여 목숨을 보전하는 토끼의 기지는 살리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인내와 끈기가 모자라 얕은 재주에만 의존하는 점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토끼와 별주부’설화는원래인도전설에 바탕을 둔 불전설화(佛典說話)에서 유래, 전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에 구토설화(龜兎說話)로 정착했고 구전을 통해 판소리 ‘수궁가’, 민간소설인 ‘토끼전’ 등으로 이어졌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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