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社 『新藥만들어 노다지 캔다』…올해가 「수확기」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제일제당 의약부서내 ‘CFC222팀’은 직원들 사이에서 ‘노다지를 캐는 팀’으로 불린다. 5명의 연구원이 벌써 10년째 매달리는 ‘노다지’는 다름아닌 퀴놀론계 항균제. 기존 약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항균제로 불리는 신약의 일종이다.

‘노다지’팀이 지금까지 회사측으로부터 가져다 쓴 돈은 97억원 가량. 연간 10억원의 적잖은 액수지만 회사측은 아깝다는 생각 없이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비의 수백배를 챙길 수 있는 ‘금맥’이 신약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이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CFC팀은 작년 신약물질을 추출한데 이어 동물실험을 거쳐 환자를 상대로 한 임상실험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일제당은 이르면 내년부터 연간 83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항균제 시장에 기술수출료로만 1천억원씩을 거뜬히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백억원의 국내시장과 완제품 수출액까지 포함하면 수입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난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면서 또 한편에선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한 신약산업.

지금까지 신약개발의 불모지였던 국내 제약업계에 조만간 신기술 개발의 낭보가 잇따라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후반부터 기업의 사활을 걸고 신물질개발에 뛰어들었던 국내 제약업계는 “올해부터 ‘신약의 수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10여개 업체가 ‘국내 신약 1호’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

LG화학은 현재 차세대 퀴놀론계 항생제를 다국적 제약업체인 스미스 클라인비첨사와 함께 임상 막바지 단계에 있다. SK㈜케미컬은 4세대 우울증 치료제인 ‘YKP10A’의 개발이 막바지 단계. 이 약은 이미 국내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후보물질로 인정받았다. SK는 또 세계 시장 규모가 50억달러인 제삼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녹우제약은 천연성분 ‘우리딘’을 함유한 치료제의 세계 최초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존 약물과는 달리 조직재생효과를 통해 관절염을 완치할 수 있는 약.

유한양행이 개발중인 간장질환 치료제 ‘YH439’도 전세계적으로 뚜렷한 효능을 가진 간장질환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획기적인 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분석에 따르면 신약개발의 엄청난 ‘고수익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히트한 1백대 신약의 품목당 순이익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자동차 3백만대를 팔아 얻은 순이익과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체의 매출액은 26조원. 반면 세계 1백대 의약품의 품목당 평균 매출액은 7억5천만달러(1조원)로 채 5%도 안된다.

그러나 순이익은 각각 3천억원으로 비슷한 수준. 국내 자동차업체는 순이익률이 1.1%에 불과한 데 반해 신약은 평균 30%의 고수익을 냈던 것.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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