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떴다…인터넷 「패러디신문」 1백만명 접속

  • 입력 1998년 9월 13일 19시 07분


“본지는 B급 오락영화 수준을 지향하는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이다.”

최근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패러디신문 ‘딴지일보’ (ddanji. netsgo.com)의 창간선언문이다. 자칭 총수 김어준(金於俊·30)씨는 요즘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 현실에 대한 절묘한 풍자와 패러디는 본인이 주장하는 ‘황색루머저널’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김씨가 ‘딴지일보 총수’가 된 것은 다분이 우연. 인터넷정보제공업으로 잘 나가던 회사가 IMF 한파로 쓰러지자 사무실을 정리한 뒤 남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장난삼아 만든게 히트를 쳤다.

“7월4일 1호를 발행한 날 하루종일 딱 2명이 방문했죠.”

그로부터 두달이 조금 지난 지금 이 신문을 읽은 사람은 1백만명을 넘는다. 6호까지 나온 요즘 하루 평균 독자는 3만5천명. 독자가 폭증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접속이 잘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들을 정도다.

‘딴지’는 훼방을 놓다라는 뜻의 ‘딴죽을 걸다’에서 비롯한 네티즌들의 속어.

“기존 미디어로 충분히 다룰 수 없는 기업 정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뼈가 있는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죠.”

그의 말처럼 딴지일보에는 그저 웃어 넘기기엔 아까운 기발하고 절묘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지금까지 게재한 원고가 책한권 분량이 되다보니 책으로 펴내자는 제안도 끊이지 않는다.

주독자층은 직장인. 방문자의 3분의 2가 오전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곳을 다녀간다.

“광고 패러디부터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까지 딴지일보가 딴지 거는 세상사는 다양합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생각을 ‘싸버리기’ 때문에 스트레스 많은 직장인이 좋아한다는 자평. 한가지 사안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사회가 획일적인 사회보다 건강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개인이 시작해 성공한 사이트가 없는 실정입니다. 개인이 만들어도 대기업이 만든 사이트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그는 “비어나 속어가 많이 등장해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며 “패러디 신문을 다양성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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