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버그]『3천5백兆원 「세기말 大特需」잡아라』

  • 입력 1998년 5월 24일 20시 12분


2000년 1월1일까지는 이제 1년7개월 남짓. 세계가 ‘컴퓨터 문명의 대환란’ 밀레니엄 버그 비즈니스 붐이다.

인류에겐 재앙일지 모르지만 컴퓨터업계에선 세기말 최대의 ‘특수(特需)’로 떠올랐다. 미국에선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 사태로 변호사들까지 한 몫을 단단히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버그 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들까. 2차 세계대전으로 인류가 치른 대가는 4조2천억달러. 컴퓨터가 2000년 연도 표기를 제대로 못해 야기될 ‘밀레니엄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야할 돈은 추정치로 자그마치 그의 절반을 훨씬 넘는 2조5천억달러(약 3천5백조원)규모.

이중 1조5천억달러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전자계측기에 숨어있는 밀레니엄 버그를 잡는데 들어간다. 나머지 1조달러는 ‘버그’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피해보상소송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세계 정보기술업계와 컨설팅업체 사이에선 벌써부터 아마겟돈을 방불케하는 신생사업 붐이 일고 있다.

IBM 휼렛패커드(HP) 유니시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가트너그룹 아더앤더슨컨설팅 등 전문기업들이 밀레니엄버그 관련 프로젝트와 컨설팅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LG―EDS시스템 포스데이타 등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버그 대책팀을 별도 운영하고 시장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버그 진단부터 소프트웨어 수정, 마이크로칩 교체와 최종검증에 이르기까지 전산망과 전자기기가 보유한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주타깃이다. 시간이 갈수록 버그 해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통신의 경우 지난해 만해도 수십억원이면 버그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소프트웨어와 기기 교체 비용 예상액은 3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껑충 뛰었다.미국 리서치기관인 SPR는 국내 기업 공공기관들이 밀레니엄 버그를 잡는데만 13조원을 써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에서 벌써부터 불붙기 시작한 버그 관련 법률분쟁도 곧 국내와 세계 전역에까지 빠르게 번질 전망. 표기오류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컴퓨터 제조업체 또는 보험회사 어느 곳의 책임인지를 가려야 하는 법정공방전을 놓고 눈치빠른 국내외 변호사들은 벌써부터 버그관련 법률 준비에 한창이다.

‘버그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전문인력의 수요 급증으로 각국마다 사람확보에 비상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자국내 부족한 버그 해결 전산인력을 구하기 위해 인도 대만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우수 인력에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는 이제 단순히 ‘컴퓨터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경제 사회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이광근(李光根·전산학과)교수는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밀레니엄 버그에 대처하지 못한 금융기관이나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으려는 추세”라며 “버그 문제는 이미 컴퓨터 문제를 넘어 국가 대외신인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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