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시대의 공간,전자정보 숨쉬는 무한대의 수평영역

  • 입력 1997년 12월 20일 08시 07분


인터넷 이용자는 대개 전자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주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주소」는 거리나 위치를 나타내는게 아니다. 가상의 주소일 따름이다. 어느 곳에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 어디를뒤져도 손에 잡히지 않는 주소. 그래서 인터넷 주소는 사이버 공간을 상징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장 니콜러스 네그로폰테교수는 「디지털이다」란 저서에서 『(정보사회가 더욱 진전된) 탈정보화사회에서는 지리적 한계가 없어질 것이다. 마치 하이퍼텍스트가 인쇄된 책의 페이지를 없앤 것처럼』이라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시대 인간의 삶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자메일을 통해 정보를 보내거나 받는 이들에게는 고정된 위치란 기존의 공간개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신자나 발신자의 현재 위치가 갖는 의미보다 자신들이 가상공간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믿음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공간은 무엇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마당이고 터이다. 인류의 역사는 공간 확장의 역사였다. 21세기를 앞둔 정보사회, 현재 인간이 찾아낸 새로운 공간은 컴퓨터모니터 너머의 사이버 스페이스다. 전화선 동축케이블 광섬유 전자기파가 있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이며 이곳에는 파일 디스켓 CD롬 자기테이프 등 각종 전자적 형태로 저장된 정보가 숨쉬고 있다. 이곳에도 일상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웃음과 스릴이 있고 만남과 상거래가 있다. 때론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신비의 공간이다. 그렇지만 촉감과 향기가 없다. 비록 오감(五感)통신을 가능하게 하려는 연구가 거듭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이버 공간의또다른 특징은 본질적으로 수평적이란 것이다.모더니즘의 버팀목이 「수직형 공간」이었다면 포스트 모던 사회를 만들고 떠받치게 될 사이버공간은 근본적으로 수평적 구조다. 사이버 공간을 만든 기술의 속성이 쌍방향성을 갖는데 바탕을 둔다. 사이버 시대는 공간을 확장했을 뿐 아니라 공간의 재배치를 낳았다. 산업사회를 주도했던 「포드주의」, 곧 대량화가 갇힌 공간을 고집했다면 사이버 시대의 공간은 재택근무 원격사무실 등 공간을 무한대로 열어가는 측면을 보이고 공간의 재배치가 따르게 된다. 집과 사무실이란 공간 구분이 점차 의미가 없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이버 시대가 만들어낸 가상 공간에는 초미세(超微細)의 영역도 있다. 감기바이러스를 잡아먹는 소형 로봇이 개발된다면 나노(10억분의 1)의 공간도 「넓은 천지」로 확장될 것이다. 유럽중심의 세계사 속에서 「지리상의 발견」은 식민지 개척의 역사, 제국주의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도 이같은 맥락에서 식민지 개척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셸 푸코가 지적한 「식민화」가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이 지배적으로 되는 것」을 뜻한다면 사이버 스페이스, 가상 공간에서도 식민화가 가능하다. 시대 비평의 한가운데에 가상공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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