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정보화①]케이블TV,쌍방향멀티미디어 실험장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정보통신의 혁명이 지구촌 곳곳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지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역정보화 사업이 한창이다. 이들의 지역정보화는 그저 여러가지 방송 프로그램이나 볼 수 있는 케이블TV를 활용해 싸고 편리한 초고속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달 동안 일본의 지역정보화 현장을 다녀온 서울대 인류학과 이문웅(李文雄)교수의 정보현장 답사기를 앞으로 매주 한번씩 4회 연재한다.》 일본 오이타(大分)현의 작은 마을 오야마마치(大山町). 이 마을에서는 케이블TV가 「꿈의 텔레토피아」로 통한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의 케이블TV는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쌍방향 디지털 케이블망이다.모두 14개의 다양한 지상파와 위성방송 채널, 기상방송을 실어오는 것을 비롯해 지역내 전화 팩스 PC통신 주문형비디오(VOD)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가구당 매달 1천3백엔(약 1만원)만 내면 이 모든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의 지역정보화는 곧 「케이블TV」를 떠올릴 만큼 케이블TV가 단순한 「방송망」의 개념에서 벗어나 쌍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제공자이자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모세혈관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일본의 지역정보화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규모가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더러 행정당국인 관(官)이 직접 지역정보화 사업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관과 민(民)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제3섹터」로 불리는 법인체를 설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협동작업으로 민은 행정적인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고 관은 행정정보화와 함께 주민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공동출자조차 관의 투자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오야마마치의 주민들은 「똑똑한 케이블TV망」 덕분에 이제는 마을에서 나오는 소식과 사정을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다. 지역 소식을 전해주는 자주방송 채널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지역 뉴스를 자세히 보도하면서 행정 의료 물가정보 등을 포함하는 생활과 생업에 관련된 정보들을 문자방송으로 내보내준다. 기상채널의 날씨정보는 농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다. 또 각 가정에는 작은 스피커 모양의 「디지털 통신회선 단말기」가 보급되어 있어 행정부나 농협에서 긴급히 알릴 사항이 있으면 즉시 음성으로 전해지고 부재중이라면 녹음으로 저장된다. 일본의 케이블TV사업은 각 지역별 실정과 주민들의 정보 수요를 반영해 개성있게 전개된다. 각 지역의 지역정보화 현장은 마치 정보통신기술 연구소의 실험장 같다는 느낌을 준다. 언뜻 각 지역별로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일본 케이블 TV망은 최근 지구촌 통신망 인터넷과 연결되면서부터 지역사회를 정보의 발신기지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외부 지역으로 통신사업을 하려면 우정성으로부터 「제1종 전기통신사업자」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허가를 받은 케이블TV방송국은 모두 25군데. 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케이블TV방송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 그 지역의 관광 상품 문화정보 등을 바깥 세상에 알리고 있다. 케이블TV가 그 지역의 산업을 도와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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