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넷]동아리-科모임 『인터넷 속으로』

  • 입력 1997년 8월 27일 07시 39분


「요즘 대학생은 모이기가 힘들다」 「계열별 모집으로 학과가 사라졌다」 「신세대들은 혼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몇 년새 대학가에 동아리와 학과 모임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대학마다 인문 사회 이공계 등 계열별로 학생을 선발하면서 과 단위의 소속감이 사라졌다. 여기에 신세대 대학생은 선후배 사이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동아리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대학의 동아리는 서서히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대답은 「노」다. 구세주가 인터넷이다. 너나할 것 없이 인터넷을 다루면서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사이버 대학과 학과, 동아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실제 공간에서의 모임보다 수십배 많은 사람이 득실대는 거대한 모임이 컴퓨터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사이버동아리는 건물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고 운영비도 거의 들지 않아 경제적이다. 시야를 무한대로 넓혀 다른 대학은 물론 외국 학생과도 교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광주대의 전자게시판(honey.kwangju.co.kr)을 운영하는 김형철씨(25·전자계산학과4년)는 『지난해 인터넷에 개설한 전자게시판에는 지금까지 광주대 학생을 비롯해 전국 대학생 3만명이 넘게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운영자는 비록 3명이지만 학교홍보 대화방 게시판의 서비스를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서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임규건씨(29·테크노경영대학원 박사과정)는 『신세대에게 사이버공간은 기성세대가 어릴 때 뛰어놀던 동네 마당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연세대의 국제교류동아리는 인터넷을 통해 자매결연을 한 외국 대학의 학생들과 시간을 정해 채팅(온라인 대화)을 한다. 예전에는 비싼 비용을 들여 서로 오가지 않는 한 만남조차 힘들었다. 그런가 하면 계열별 모집 때문에 사실상 학과가 사라진 요즘 사이버 학과가 눈길을 끈다. 대학마다 수십 수백개의 학과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도 올해 초 사이버 학과를 개통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 과를 살리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선후배들이 모여 밤을 새워가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이 학과의 홈페이지(psylab.yonsei.ac.kr)에는 전공과목과 교수소개, 유학정보 안내는 물론 서로간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자유게시판까지 운영한다. 이공계 학과만 모여있는 대덕 KAIST와 포항공대의 사이버 만남은 다른 대학보다 한층 더 뜨겁다. 이들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네트워크를 타고 활동하는 사이버 모임은 늘 활발하다. 개인별 홈페이지는 물론 학과별 동아리별 모임은 엄청나다. KAIST의 수학문제연구회(telnet://math1.kaist.ac.kr)의 교내 회원은 30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전자모임방(BBS)은 전국에서 가입한 외부회원이 3천명을 넘어섰다. 지방대인 충북대(www.chungbuk.ac.kr)의 경우는 일찌감치 사이버동아리가 뜬 곳. PC통신처럼 대화방 공개자료실 게시판 등 서비스를 제공해온 이 학교의 회원수는 이미 수만명에 이른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세상인 인터넷의 「사이버 공간」은 이제 대학을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 가톨릭의대 사이버동아리 「카코사」 ▼ 숨쉴 틈 없는 의학 수업과 시험의 연속. 의사로 태어나기 위해 정진해야 하는 의학도에게 컴퓨터란 어쩌면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사이버시대의 동아리라면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 반포동에 자리잡고 있는 가톨릭대 의대의 컴퓨터동아리 「카코사」는 이를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 카코사의 인터넷 주소는 「members.iworld.net/cacosa」. 30명에 달하는 이 동아리 회원들은 공부에 쫓겨 실생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지만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다. 부회장 김영희씨(22·의학과1년)는 『지난해 말 처음 문을 연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간에 결속력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홈페이지가 개설되자 재미있는 사건도 종종 터졌다. 카코사 회원인 한 여학생에게 홈페이지 방명록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가 계속 배달되었던 일, 타대학의 의학도와 전자메일을 통해 만났던 일 등등. 홈페이지 운영을 맡고 있는 웹마스터 김대연씨(20·의학과2년)는 『학업에 바빠 인터넷에서 회원간의 만남과 회원소개, 기초의학 자료 제공밖에는 못한다』며 『앞으로는 의대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 건강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코사의 활동으로 교내 정보화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교수 의사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특강부터 학교 전산시스템에 대한 자문역까지 맡고 있다.요즘에는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게 카코사 회원들의 귀띔. 카코사의 활발한 동아리 활동 뒤에는 사이버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회원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인터넷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가톨릭대 홈페이지는 www.cuk.ac.kr, 카코사의 전자메일은 cacosa@nuri.net 〈김종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