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해커 『기지개』 전산망 『비상』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전국의 각급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해커가 눈을 뜬다」. 대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데 이어 초중고교도 일제히 방학을 맞이하자 대학교 기업 연구소 등의 전산망 담당자들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간 학교 생활로 바빴던 해커들이 방학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 본격적인 전산망 해킹과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에 나서기 때문이다. 전산 보안 단체들은 일년 중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 해킹 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경고한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도 해마다 7,8월중에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가 보통때보다 2∼3배 많이 출몰한다고 밝히고 컴퓨터 사용자에게 백신 프로그램을 반드시 사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붐을 타고 있는 국내 전산망 대다수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올 여름철 해킹은 그 어느 때보다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근 제주대에서는 이 학교 학생이 학교 전산망을 뚫고 해킹, 성적을 조작했다가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 정도는 해킹 피해가 약소하고 원상회복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PC통신 하이텔의 인터넷 서비스도 「메일폭탄」이라는 수법의 해킹을 당해 전자메일 시스템이 마비되는 피해를 보았으나 아직까지 해커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산 예산이 부족한 대학교 전자계산소 실무자에게 여름철은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해킹을 막기 위해 필요한 방화벽(firewall)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입하지 못한 대학들은 해킹을 당했는지조차 파악을 못할 만큼 해커의 무법지대가 돼버리곤 한다. 한 대학의 전산 관계자는 『이번에 겨우 방화벽을 설치했지만 절대 소문을 내지 않는다』며 『아무리 강력한 보안장치를 했더라도 일단 해커들의 표적이 되면 전산망이 뚫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부 대학은 아예 내로라하는 학내 해커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아 해커가 해커를 방어하게 하는 묘책을 쓰기도 한다. 기업 공공기관은 중요한 정보를 따로 처리할 수 있는 폐쇄 전산망을 운영하기도 한다. 광운대 柳煌彬(유황빈)전자계산소장은 『해킹을 근본적으로 막을 획기적인 방어책은 사실상 없다』며 『데이터 백업을 자주 해둬 해킹을 당하더라도 바로 복구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현실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김종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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