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정보화캠페인]여성없는 정보대국 없다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51분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한 여성모임인 한국여성정보인협회는 지난 18일 올해 첫 모임을 가졌다. 지난해 공들여 만든 1만명 규모의 정보통신 여성인력 데이터베이스(DB) 운영예산 확보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정초부터 협회의 컴퓨터마저 고장나 PC통신에 제공하던 구인 구직서비스도 10여일째 중단상태다. 이날 모임은 그러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회원 6백여명이 1년에 2만원씩 내는 회비만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무리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국내 처음 여성관련 홈페이지를 연 한국여성정보원은 여성의 정보통신 진출을 역설하고 있다. 정보화사회는 3F(Femine,Feeling,Fiction)의 성격을 갖고 있어 남성적인 힘을 필요로 했던 산업사회와 달리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여성의 위상은 산업시대와 마찬가지로 정보화시대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 이미 남성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것이 그 증빙이다. 한국전산원 宋官浩(송관호)표준본부장은 『인터넷 이용자 75만여명 중 10%정도만이 여성으로 추산된다』며 『인터넷이나 게임산업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물드는 것도 수요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든 여성의 수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정보통신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전자통신연구소 정보통신연구관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융자를 신청한 1천6백10개 기업 가운데 여성이 사장인 경우는 44곳(2.7%)에 불과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3년간 선정한 2백개 유망중소기업중에도 여성사장은 2명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창업한 미국내 정보통신 벤처기업중 16%가 여성사장인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학교 교육도 정보시대에 걸맞은 여성계발(啓發)과는 거리가 멀다. 이화여대공대 李基浩(이기호)학장은 『지난해 공대를 신설할 때 「여자와 기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는 여성이 수학 및 컴퓨터 석사학위자의 35%를 차지할 만큼 적극성을 띠고 있다. 상업계열 여고생 28만6천여명 가운데 10만명이 사무자동화학과 등 정보통신 관련학과에 있지만 교과과정은 단순 사무보조 내용에 그치고 있다. 커피 나르기와 복사, 컴퓨터 「타자치기」정도의 이른바 「3C 인력」으로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PC통신용 게임을 개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마리텔레콤의 張仁敬(장인경·여)사장은 『여성에게 관리자의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 정보시대의 여성 사회참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인력을 보다 고급화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부 鄭弘植(정홍식)정책실장은 『여성의 정보통신분야 진출은 여성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 분야의 인력난 타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여성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정무제2장관실과 협의, 올해부터 여성인력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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