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인공장기]생명연장「배터리인간」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솔트레이크 시티(미국)〓金勳基과학동아기자」 2010년 어느 날, 심장마비로 쓰러진 50대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진다. 의사는 심장 전체의 기능이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공심장을 이식하기로 결정한다. 전기장치로 피를 돌리는 주먹만한 크기의 심장이 환자의 몸으로 들어간다. 수술 후 의식을 차린 환자는 힘차게 뛰는 생명의 소리를 가슴으로 느낀다. 달라진 것이라면 배터리가 허리춤에 채워진것 뿐이다. 무게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배터리의 한쪽 끝에는 플러그가 연결돼 있어 필요할 때 아무 콘센트에나 꼽아 전원을 보충받는다. 환자는 보통사람처럼 일하고 쉬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인공기구를 몸에 넣는 것이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딱딱한 물체 대신 「부드러운」 정상 세포를 이식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망그러진 조직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환자의 심장에 칼을 안대도 병을 낫게 할수 있을 것이다. 2010년 그무렵, 간이나 췌장이 상한 경우 세포를 몸에 투입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일이 이미 실현되었다. 의사들은 이 방법을 심장병에도 적용시킬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한다. 인공장기로 사람의 생명을 건질수 있다는 꿈은 1982년 유타대학에서부터 부풀기 시작했다. 심장병으로 쓰러진 치과의사 클라크에게 인공심장을 이식해 1백12일간 생명을 연장시킨 것이다. 당시 팀장이던 콜프 박사는 자신감에 차 『뇌를 제외한 인체의 모든 장기를 만들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까지 인공심장을 이식하고 생존한 최장 기간은 7백여일. 아직 인공심장은 자연심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심장을 기증받기 전까지 착용하는 보조물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인공장기와 몸 속 혈액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일이다. 인공장기를 이식했을 때 핏줄이 손상을 입어 적혈구가 깨지거나 이내 굳어버려 장기 부위에 피가 엉기는 것이 문제다. 인공심장연구소 혈액학과장 모하마드 박사는 『혈액의 응고 메커니즘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인공심장을 구성하는 심방 심실 혈관연결 부위의 재료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각 부위에서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설명한다. 현재 연구소는 새로운 재질을 계속 개발하는 한편 심장 내부에서 혈액이 닿는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만드는 중이다. 이를테면 심실과 심방을 구분하는 벽을 없앤 상태에서 혈액을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인공장기의 또다른 개가는 세포공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심장과는 달리 간이나 췌장과 같이 복잡한 생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은 좀처럼 인공적으로 흉내를 내기 어렵다. 바로 세포공학이 그 열쇠를 제시하고 있다. 한 예로 췌장에 탈이 나 인슐린 분비가 잘안돼 당뇨병에 걸린 경우를 살펴보자. 현재 가장 첨단의 치료 방식은 췌장 세포를 배양한 후 직접 복강 내에 그 세포를 주입하는 기술이다. 세포가 몸 속을 돌며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때 몸의 면역세포가 췌장 세포를 「적」으로 간주해 파괴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보호막(고분자화합물 주머니)으로 세포를 감싼다. 그러나 사용이 끝난 후 보호막을 몸에서 빼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몸 곳곳에 떠 다니는 것을 일일이 알아내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간(肝)의 경우도 세포공학을 이용하지만 아직 몸 속에 직접 넣는 수준은 아니다. 즉 속이 빈 섬유물 내부에 간세포를 부착해 배양하고 이곳을 통해 간질환 환자의 피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올해 초 미국의 한 의약 회사는 돼지의 간세포를 사용한 인공간을 개발했다. 팔과 다리도 정상인의 감각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뇌의 전기 신호를 받아 기능을 수행하는 전자장치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팔의 경우 오렌지 껍질을 깔 정도의 섬세함과 토마토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정도의 감각을 얻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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