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도전하는 첨단/자기부상열차]무공해「환상특급」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라텐(독일)·나고야〓金眞敬기자」 네덜란드 접경지역인 독일 북서부 엠슬란트의 작은 마을 라텐. 승객 60명을 태운 「트란스라피트 07호」가 스르르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열차안의 속도계가 시속 4백㎞를 가리킨다. 소음이나 흔들림이 거의 없이 80㎞를 달리는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 바퀴없이 레일위를 일정한 높이로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독일은 엠슬란트에 32㎞짜리 시험용 선로까지 운영하며 「트란스라피트」라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흔히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교통수단쯤으로 생각되는 이 「환상특급열차」가 이미 우리의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빠르게 많은 승객을 태우고 날수 있는 초고속 대형항공기와 자기발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자동차가 속속 등장하는 20세기말, 철도가 무슨 역할을 맡게 될까. 전문가들은 철도가 2백∼6백㎞의 거리에서는 역시 가장 경제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안락함과 속도. 바퀴와 레일간의 마찰력을 이용한 바퀴식 열차는 소음이나 진동도 문제지만 속력에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공학자들이 생각해 낸 것이 「비행기처럼 부드럽게 날아다니는」 자기부상열차. 자기력으로 선로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속도도 거의 무제한이다. 자기부상열차는 무공해 초고속이면서도 마찰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차량 자체가 가벼워 고가 궤도를 달리기 때문에 레일이 차지하는 면적도 기존 철도의 반이면 충분하다. 안전성이 탁월한 것도 큰 장점. 자기부상열차는 차체 밑부분이 좌우에서 날개처럼 궤도 레일을 감싸 안는 구조여서 고속주행에도 불구하고 탈선사고의 위험이 거의 없다. 『베를린∼함부르크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4백∼4백50㎞로 속도를 제한할 것이다. 「트란스라피트」는 이미 93년 시속 4백50㎞를 돌파했지만 교통시스템은 안전성이나 신뢰성이 최우선이다. 이 정도의 속도가 경제적이기도 하다』(트란스라피트 시험구간 관리회사 MVP의 데틀레프 습스키) 바퀴식 고속철도 신칸센을 건설한 일본은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를 연결하는 「제2의 신칸센」을 자기부상식으로 할지 혹은 기존의 바퀴식으로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MLU는 지난 79년 규슈(九州)의 미야자키근처 7㎞ 시험구간 무인(無人)시험운행에서 자기부상열차 최고시험속도인 시속 5백17㎞를 주파했다. 더 나아가 내년부터 야마나시(山梨)시 42.7㎞의 시험선로에서 시속 5백㎞ 실제적용 시험운행에 들어간다. 트란스라피트 시스템 검사기관 IABG의 게아드 후겐베르크는 『공기저항이 없으면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2천㎞, 아니 3천㎞도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항공기에서와 같이 공기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한다. 21세기초에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자기부상열차가 속속 등장한다. 교통 체제가 전자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기존의 바퀴식 열차는 밀려나고 자기부상열차의 시대가 열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