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미세먼지 공동대응 하는 날 올까?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6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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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고민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미세먼지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가적인 위협입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 남북의 공동협력 또는 남과 북, 중국 3자 간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현재까지 큰 결실은 없었지만, 한국은 그동안, 특히 중국과 환경협력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한중 정부간 환경협력약정은 1993년부터 체결되어 한중 환경협력을 위한 노력은 벌써 20여년을 훌쩍 넘어섭니다. … 남북한의 대기협력은 중요하지만 남북한 협력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과 북한은 2007년 12월에 환경분야 합의서를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노력에도 아직까지는 삼자가 각자도생하는 상황입니다.”

문영란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전공 석사과정)

A. 올해 1월 14일, 한반도 미세먼지는 관측사상 최악의 농도를 나타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최고값은 경기도에서 248㎍/㎥, 서울은 185㎍/㎥이었습니다. 중국 영향이 컸습니다.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대기환경지수(AQI)기준 297, 13일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293을 기록한 다음이었습니다. 북한도 중국 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조선중앙TV는 14일까지 서해안 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이라며 외출하는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 됐던 지난달 15일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걷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 됐던 지난달 15일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걷고 있다.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초미세먼지. 중국 발 미세먼지를 한국과 북한 모두 국경을 초월해 공유합니다. 한국은 중국 산업화로 인한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북한의 석탄과 바이오매스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영향까지 받습니다. 지난해 4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따르면, 북서풍의 영향이 강해지는 겨울철, 특히 1월에는 북한의 미세먼지가 수도권에 PM2.5 농도 8.9 μg/m3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수도권 1월 평균 PM2.5 농도의 20% 수준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3국은 각자도생하는 형국입니다.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고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미세먼지종합대책을 세웠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경보시스템 강화, 친환경전력수급대책 등을 발표 및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국내 대기오염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280여 억원을 들여 NASA와 공동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013년까지 CCTV 유명 앵커였던 차이징(柴靜)은 2015년 2월 개봉된 다큐멘터리 ‘언더 더 돔(Under the Dome)’으로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경각심을 높였습니다. 이에 중국 당국도 이전보다 더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북부 28개 도시에서 난방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고 있고, 특히 베이징 시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한 공장은 폐쇄하거나 지방으로 분산 이전시켰습니다. 북한 역시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미세먼지 상황 조사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자력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할 능력이 없는 상태로 보이지만 미세먼지의 개념조차 없었던 과거와 달리 방송을 통해 경보를 내보내는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 나라 가운데 한국은 공기질이 그나마 낫지만, 미세먼지 공동대응이 가장 절실한 나라입니다. 중국은 협력이 급하지 않고, 북한은 미세먼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한국은 공동 대응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입니다.

비록 큰 결실은 없는 상태지만 3국 협력 가운데 한중 양국은 환경협력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해왔습니다. 양국은 이미 26년 전인 1993년 환경협력약정을 채결했습니다. 대기질을 직접 대상으로 한 양국 간 협력약정으로는 2005년 6월 ‘한중 황사관측과 정보공유를 위한 양해각서’와 2015년 10월 ‘대기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합의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국 수도인 서울과 베이징 간의 협력도 시작됐습니다. 2018년 ‘서울·베이징 기후환경 공동포럼’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기 질(質) 공동연구단이 발족됐고 지난달 열린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3차 회의에서는 도시간 환경양해각서가 처음으로 체결됐습니다. 서울과 베이징은 미세먼지 고정연락관을 지정하는 ‘미세먼지 핫라인’을 두고 두 도시의 대기 질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미세먼지 공동 대처방안을 논의했고 2018년 3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미세먼지 문제가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한중 공동 연구노력도 몇 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6월 대기오염 원인 및 예보모델 개선을 위한 ‘한중 공동연구단’이 중국 환경과학연구원 내에 설립되었습니다. 2014년 한중 정상회담 환경협력 양해각서에 따른 것입니다. 공동연구단의 전문가 워크숍에서는 중국 북부지역 대기질 공동조사인 “청천(晴天) 프로젝트” 연구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중국 북부 주요도시의 대기오염 물질의 특성과 원인을 지상과 항공관측을 통해 추적하고 규명하는 사업입니다. 연구단은 2017년 5월 양국 대기분야 전문가 10명(한국 5명, 중국 5명)으로 시작해 2018년까지 베이징, 바오딩, 칭다오, 다롄 등 4개 지역을 조사했습니다. 올해는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와 국장회의에서 프로젝트 범위를 확대해 미세먼지 발생과 이동경로 규명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중국의 반대로 보고서 발간이 무산되긴 했지만, 올해 하반기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연구 요약보고서’가 발간될 수 있도록 한중일 3국간 협력을 계속해간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남북한 협력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남북한은 환경분야 합의서를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합의서에는 2008년 7월부터 9월 사이 평양에 대기오염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남북한이 자료를 교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합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면서 남북관계도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간 협력의 차원에서 미세먼지 공동대응 논의가 재개될지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P4G 정상회의(녹색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에 참석해 북한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국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영란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2월 졸업 예정·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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