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북핵 폐기, 이대로 물 건너가나

허문명논설위원 입력 2017-06-23 03:00수정 2017-06-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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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던 2013년 4월, 한반도 위기상황은 올 4월과 비슷한 ‘강 대 강’으로 치달았다. 두 시기를 전후로 두 달 치 노동신문을 분석한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에 따르면 4년 전엔 “미국 한국과의 ‘판갈이 일전(一戰)’을 피할 수 없으니 최후의 승리를 준비하자”는 비장감이 서린 메시지가 지면을 채웠지만 올해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핵 강국이 되었다. 인민들은 안심하고 경제에 매진하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북한은 더 이상 정신과 사상의 우위라는 ‘관념’을 강조하지 않는다. ‘핵 억제력’과 ‘탄도탄’이라는 물질적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핵 강국 이뤘다”

북핵 폐기에 대해 백가쟁명식 해법이 난무하지만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선제타격론’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전면전 확전 위험으로 미국에서도 반대가 많다. ‘중국 역할론’도 한계가 있다. 민중 봉기에 의한 김정은 정권 붕괴론 역시 한미 정보기관들이 현실성 없는 방안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혹여 미국 공작에 의한 정권 붕괴가 실현된다 해도 중국의 개입을 불러들여 친중 정권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정은 치하 북한 경제는 장마당 활성화와 북-중 교역 확대로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재개론이 동북아 안보정세에 작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좋고 전쟁 때에도 대화는 한다. 3대째 추진되고 있는 북핵 고도화는 이미 실전 배치돼 있고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단계로 가는 중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북 대화, 지원책이 총체적 실패였다는 것이 국제적 공감대를 얻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플랜 없는 ‘대화’가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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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 중엔 문 대통령이 미국보다는 중국과 코드를 맞추고 있으며 현 정부 대북정책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축소를 말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발언은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훈련 중단) 정책 냄새가 나고 문 대통령 대화론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정책이 스며 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온도 차는 정상회담 기상도를 맑음보다는 흐림에 가깝게 한다.


국제정치학계에선 국제관계, 특히 안보정책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연구가 많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의 ‘양면게임이론(Two-Level Game Theory)’도 그중 하나다. 모든 외교협상은 상대국과의 협상은 물론 자국민과도 협상하는 양면적 성격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국익보다는 국내 여론에 부합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 정부 대북정책도 박근혜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촛불 민심’을 강하게 의식하는 듯하다.

절대 핵 포기 않을 김정은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면 대응은 핵 인질로 살아가든가 아니면 최고 단계의 대응력 구축이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맹국에 안보 위협이 생기면 집단 대응하는 유럽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가 한미일 간에 만들어질 우려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한미, 한일 간 간극이 많은 현실에서 현재로서는 무망(無望)하지만 장기적으론 이 길밖에 없어 보인다. 마오쩌둥(毛澤東) 김일성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 후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압도적 군사력은 필수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북핵 폐기#김정은#양면게임이론#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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