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국기는 국민의 심리를 조종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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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역사학자 3인 공저 ‘프랑스의 색깔들’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쇠라, 지노 세베리니 등 19, 20세기 이 화가들에게는 숨겨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스 국기 삼색기를 그림에 넣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기의 삼색은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인 자유(파랑) 평등(하양) 박애(빨강)를 상징한다. 1789년 7월 14일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사흘 후인 7월 17일 프랑스 국민군 총사령관 라파예트가 시민들에게 삼색 모자를 나눠 주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 파스투로, 파스칼 오리, 제롬 세리가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색깔들’을 공저로 펴냈다. 이 책은 프랑스 국기의 탄생 스토리와 삼색기가 어떤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파스투로에 따르면 프랑스 대혁명 때 상징색이 등장한 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기 이틀 전인 1789년 7월 12일이다. 혁명파 저널리스트 카미유 데물랭은 파리 팔레루아얄 정원에서 연설 후 보리수 나뭇잎을 모자에 붙이는 의식을 통해 혁명의 상징색을 녹색으로 정했지만 24시간 만에 폐기됐다. 녹색이 당시 ‘공공의 적’이었던 루이 16세의 동생(향후 샤를 10세가 됨)이 애용하는 색이라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색기는 177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 지도층 사이에서는 이미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미국 독립 과정에서 삼색이 상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지도층들은 벨트, 스카프, 리본 등에 삼색 무늬를 넣으며 자유와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삼색기가 처음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790년 파리의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프랑스 대혁명 1주년 기념 축제 때다. 그러나 1812년까지 군대의 깃발로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고 1848년 프랑스 제2혁명 때는 더 강렬한 붉은 기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라마르틴은 “삼색기는 이미 자유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붉은 기는 고작 샹드마르스 주변에만 있을 뿐”이라는 연설로 삼색기를 지켰다.

 파스투로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국기는 국민의 심리를 조종하기 위한 정치적인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치의 깃발이 검정 하양 빨강인 건 군중을 흥분시키는 데 가장 유효한 색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어 본인이 군대에 있을 때 삼색기를 접을 때면 늘 파란색이 잘 보이도록 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군주제를 상징하는 하얀색과 너무나 혁명적인 빨간색은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은 진정한 프랑스의 색깔은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쓰는 파랑이라고 여긴다.

 우리나라도 요즘 태극기 수난시대다. 태극기가 사랑받는 건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때뿐인 듯싶다. 보수 진영만 애용하는 반쪽 깃발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최순실 스캔들’ 이후 더 고착화됐다. 전 세계 모든 국기가 정치적인 도구로 탄생했다지만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통합의 도구가 될 순 없을까.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의 색깔들#삼색기#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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