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끼어들지 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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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한 달 전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는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이 화근(禍根)이었다. 그런가 하면 2일 해수욕장으로 가던 일가족 5명이 탄 차량이 트레일러와 부딪쳐 4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추돌(追突)과 충돌(衝突).’ 교통사고가 났다하면 듣는 낱말인데, 쓰임새는 전혀 다르다. ‘추돌’이 뒤에서 오던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는 것이라면, ‘충돌’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던 차량 등이 강하게 부딪치는 경우다. 그래서 ‘추돌’은 뒤차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만, ‘충돌’ 사고는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 추돌의 추(追)에는 ‘쫓아가다’의 의미가, 충돌의 충(衝)에는 ‘부딪치다’의 뜻이 들어있다.

지난해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차량 106대가 추돌한 사고를 두고 언론은 ‘106중 추돌’, ‘105중 추돌’로 엇갈렸다. 차량 3대가 일으킨 사고를 ‘이중 추돌 사고’라고 하니 106대가 부딪쳤다면 ‘105중 추돌 사고’가 맞다.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도 버스가 앞서 달리던 차량 5대를 들이받은 것이다.

‘차가 옆에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은 ‘끼어들기’일까, ‘끼여들기’일까. ‘끼어들기’가 옳다. 누가 뭐래도,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옆 차로로 들어가는 것은 운전자의 의지에 의한 것 아닌가. ‘끼이어들다’의 준말인 수동태 ‘끼여들다’를 쓸 이유가 없다. 그래도 입길에 올리는 이가 많아서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아예 ‘자기 순서나 자리가 아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다’라는 뜻의 ‘끼어들다’를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차선(車線)’과 ‘차로(車路)’를 헷갈려하는 이도 많다.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놓은 선’이 차선이라면, 차로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다. ‘2차로로 달리던 차가 깜빡이를 켜고 3차로로 끼어들었다’처럼 쓰면 된다. ‘시위대가 2, 3차선을 막고…’처럼 잘못 쓰기도 하는데, ‘2, 3차로를 막고’라고 해야 한다.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이르는 ‘깜빡이’도 재미있다. ‘깜박’의 센말이 ‘깜빡’이고, 둘의 의미는 사실상 같다. 그렇다면 ‘깜박이’와 ‘깜빡이’ 둘 다 사용 가능할 듯싶지만 ‘깜빡이’만 표제어로 올라 있다. 이 또한 언중의 말 씀씀이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졸음운전#교통사고#추돌#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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