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문비서’ 인공지능 앱인줄 알았더니… 사람이 일일이 답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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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산업부
신무경·산업부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고객들의 다양한 요청을 접수해 실시간으로 처리해주는 ‘문비서’ 애플리케이션(앱)이 11일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카톡 이용자는 문비서와 플러스친구를 맺은 뒤 메신저에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 정보를 알려줘” 하고 질문하면 늦어도 1분 안에 꼭 맞는 답을 해줍니다.

9개월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1만 명 이상이 사용했습니다. 이용자들은 특히 정보 검색, 식당 예약, 물건 구매 등을 많이 문의했다고 하네요.

저는 문비서가 인공지능(AI)인 줄 알았습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물리친 마당이니 ‘길 안내 같은 간단한 문의 정도는 컴퓨터가 답할 수 있겠구나’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너무나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기에 의심이 들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신저로 “사람이 답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답을 달아주는 직원이 10명이나 있었습니다.

문비서는 최첨단 디지털 서비스로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아날로그 서비스였던 것입니다.

찾아보니 문비서와 유사한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 국민 배달 앱으로 통하는 ‘배달의민족’도 초창기에는 아날로그 서비스였습니다. 고객이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배달의민족 직원이 해당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대행한 것이죠. 올해부터는 모바일로 주문하면 가맹점주 스마트폰 앱으로 곧장 자동 주문이 되지만, 과거 3년간은 대부분 배달의민족 직원이 중간 연결 역할을 했습니다.

명함 저장 앱 ‘리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앱으로 명함 사진을 찍으면 해당 이미지를 받아본 리멤버 소속 직원 1200명이 명함에 적힌 이름, 전화번호 등 정보를 손으로 입력해 사용자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줍니다.

문비서를 만든 텍스트팩토리의 안기순 대표는 “현재는 문비서 서비스를 인간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AI가 인간 직업 상당수를 대체할 것이란 의미여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신무경·산업부 fighter@donga.com
#문비서#인공지능#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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