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국외대 학생식당 외부인 이용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성비 최고” 소문… “재학생 편의” vs “밥인심 야박”

다음 주 개강을 앞둔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한국외국어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외대는 새 학기를 앞두고 외부인은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다음 주 개강을 앞둔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한국외국어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외대는 새 학기를 앞두고 외부인은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한국외국어대 부근에 사는 홍모 씨(34)는 22일 점심식사를 위해 종종 이용하는 외대 학생식당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식권 발권기에 학번을 입력해야 식권을 살 수 있도록 바뀌면서 식당을 이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싼값에 양이 많고 맛도 좋아 외대 식당을 가끔 찾았는데 재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식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외대는 새 학기를 앞두고 재학생만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외대 총학생회가 학교 측에 건의해 29일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지만 새 학기를 앞둔 이번 주부터 식권 발권기에 학번을 입력하도록 하고 식권 판매대에서도 학생증을 반드시 제시하게 했다.

외대 학생식당은 학생을 상대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가성비’가 높다. 2000원 안팎의 비교적 싼 가격에 맛은 유명 맛집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게 학생들의 평가다. 그러나 학생식당이 유명해지면서 외대의 고민은 깊어졌다. 점심때면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인근 타 대학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문동 주민들까지 몰려왔기 때문이다. 재학생들의 불만도 치솟았다. 외대 재학생 김모 씨(24)는 “점심시간만 되면 경희대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며 “학생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외부인들의 줄을 보고 발길을 돌린 적이 여러 번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조치에 재학생들은 물론이고 학교 주변 식당들도 “학생식당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겠느냐”며 반색하고 있다. 서울시청 등 관공서에서도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외부인이 늘어나자 인근 식당에서 손님을 뺏긴다며 민원을 제기해 구내식당의 외부인 이용을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相生)을 추구하던 외대가 외부인의 학생식당 출입을 금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거세다. 외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위해 이문동 주민들에게 도서관과 교내 운동장을 개방하고 캠퍼스 담장을 철거했다. 외대 재학생 서모 씨(22·여)는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학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볼 때 주민들까지 식당 이용을 막는 건 심한 것 같다”면서 “다른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것만 제한할 방법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외대 측은 “학생들을 위해 싼값에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외부인이 몰리면서 최근 10여 년간 매년 1억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어 불가피하게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대부분의 서울 소재 대학은 재학생과 졸업생은 물론이고 학교를 찾는 외부인들에게도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식당 역시 외부인의 이용이 가능하지만 밥값이 저렴해 학생식당을 찾는 택시운전사가 급증하면서 2012년부터 외부인에게는 1000원을 추가로 받도록 조치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한국외국어대학교#학생식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