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法-勢-術… 한비자가 꼽은 리더의 자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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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비자(韓非子)라면 법(法)과 세(勢), 술(術)을 이용하라고 할 것이다. 즉 법을 엄밀하게 집행하고, 강력한 권력을 구축하며, 은밀한 정치술로 사람을 조종하라는 것이다.

지지파만 열심히 챙기고 반대파는 소홀히 하거나 적대시하는 방식은 ‘자리 지키기’라는 반쪽자리 목적에는 효율적인 전략일지 모른다. 이는 특히 민주주의 제도하의 정치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옳은 일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려는 목적,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 각종 단체의 설립 정신, 이 모든 것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잘 살게 하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정상적인 이유는 자신이 세상을 이롭게 할 적임자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회사가 이윤을 얻어야 하는 이유는 그로써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무리를 만들어서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진리에 도달한다.

공자는 ‘무도(無道)한 사람들을 제거해서 질서 있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어떠한가’를 물은 한 실력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대는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하는가? 그대가 선하고자 하면 백성들은 선해질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으니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돼 있다.”(논어·안연 편)

훌륭한 리더라면 이윤이나 권력 획득 같은 표면적 목적을 포기할지언정 한 사람이라도 소외시키거나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누군가 나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리더라면 내가 먼저 그를 챙겨야 한다. 그래야만 입맛 맞는 사람끼리의 화합이 아닌 조직 전체가 하나 되는 진짜 화합이 가능할 것이다. 분열과 갈등을 넘는 유일한 길은 여기에 있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경영#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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