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4개 사면 할인 vs 1만원 사면 할인… 뭐가 더 많이 팔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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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사면 30% 할인” 같은 수량 할인은 소매업체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즐겨 쓰는 판매 촉진법이다. 가격을 내려 이익률을 깎아먹더라도 많이 팔아서 전체적인 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소비자는 이런 제도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면서 오히려 원래 사려고 했던 만큼의 수량도 구매를 단념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이처럼 수량 할인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많이 사는 사람은 싸게 사지만 적게 사는 사람은 비싸게 사는 것 같아 구매를 포기해 버린다.

그렇다면 수량 할인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 것이 수량 할인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덜 실망하게 만들고 할인 없이 구매를 하도록 할 수 있을까.

대만 중싱(中興)국립대 연구팀은 의류매장에서 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 경우를 조사했다. 우선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제품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수량 할인의 기준이 높을 때(4개 사면 30% 할인)보다 낮을 때(2개 사면 30% 할인) 구매를 단념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행기를 30분 차이로 놓쳤을 때보다 5분 차이로 놓쳤을 때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할인 적용 기준을 수량으로 하느냐 금액으로 하느냐도 중요했다. 사고 싶은 물건이 25달러짜리 티셔츠밖에 없는 상황에서 ‘4개 사면 할인’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100달러 구매하면 할인’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을 때 소비자의 구매 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즉, 할인을 해줄 때는 최소 기준을 수량보다는 금액 기준으로 하는 편이 좋았다.

치열한 실적 경쟁이 펼쳐지는 판매 현장에서 수량 할인은 마약과 같은 존재다. 당장의 매출 증가에 즉효약이기도 하지만 제값에 사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줄 수도 있다.

요즘은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수량 할인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에 대한 배려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량 할인의 조건이 공정하다고 여겨져야 할인을 못 받는 고객들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경영#가격#소매업체#이익#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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