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개구리 우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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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남편의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부부는 스마트폰에 뜬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지 않는 분이라서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고 직감했다. 더구나 쾌활하던 고음의 목소리를 잔뜩 낮추어 아주 작게 “여보세요”라고 속삭였다.

“지금, 우리 집 개구리가 울고 있어. 이른 봄에 울다가 그동안 잠잠해서 죽은 줄 알았는데 비가 오니까 울기 시작하네. 들려? 들리지?”

전화기 너머로 개구리가 개굴거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서울 홍지동에 사는 그분은 마당의 작은 연못에서 한 달 넘게 개구리의 기척이 없어 걱정하던 중에 울음소리가 들리자 너무 기쁜 나머지 전화부터 한 것이다. 그러고는 “들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제야 긴 가뭄이 끝나려는가 보다.

그동안 메르스로 심란한 와중에 가뭄이 심각하다는 소식은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바닥을 향하는 소양강댐의 수위를 보고 나니 물을 쓸 때마다 이렇게 물을 써도 괜찮은 건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물을 마음껏 쓰면서 고마움과 귀중함을 잊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면서 비를 기다렸다. 그런데 비를 기다린 것이 사람만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요즘 생물의 멸종에 관한 글을 읽고 있다.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겁을 준다. 인류가 나타나기 전에는 포유류 한 종이 멸종하는 데 50만 년이나 걸렸는데 최근 500년 동안에는 한 달에 한 종꼴로 멸종했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 500년 안에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온 생물의 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렇게 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인간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개구리의 울음소리도 새의 지저귐도 들려오지 않는 지구를 상상해 보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름이 돋는다. 물론 그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 가운데 하나인 인류도 함께 멸종한다는 뜻이다.

우연의 일치로 최근에 경기 고양시 대화마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분이 집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자랑하며 놀러오라고 초대를 했다. 멀리 한강이 보인다고도 했다. 고층 아파트에서 강을 바라보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지인의 전화로 귀동냥한 개구리 울음소리를 이번 주에는 라이브로 제대로 들어보게 생겼다. 그날 비까지 와준다면 더 즐거운 생명의 합창이 될 것 같다.

윤세영 수필가
#개구리#소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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