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부쩍 늘어난 ‘권노갑 훈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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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새정치민주연합)이 깨져서는 안 된다. 당 대표 출마보다는 대선후보로서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사진)은 5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문재인 의원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문 의원에게 내년 2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만류한 것이다.

권 고문은 회동 내내 여러 차례 “당이 깨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당내 다수파인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이다. 그가 전대에 출마하면 당 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중도파와 비노(비노무현)계의 반발, 이탈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문재인 변수가 분당(分黨)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권 고문은 또 문 의원에게 “지금은 자문단 구성 등을 통해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준비된 대선주자가 돼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친노라기보다는 ‘친노+문재인’을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파란 건 있을 수 있지만 지도자는 조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을 지켜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정치의 특성상 친노라는 계파는 존재할 수 있지만 민생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계파의 수장이라면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완곡하게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화제에 올랐다. 권 고문은 3일 회고록 ‘순명(順命)’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측근들과 접촉했다”고 밝혀 야권의 반 총장 영입론을 가열시켰고 친노계의 반감을 불렀다. 출판기념회장에는 문 의원도 있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권 고문은 “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중도 성향 인물들과 경쟁이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거기서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기문 띄우기’ 발언이 ‘문재인 견제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찬 회동은 문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1시간 40여 분 동안 문 의원은 주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 의원은 권 고문과의 오찬 회동 바로 다음 날인 6일 언론 인터뷰를 잇달아 하면서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대표 출마는 적당한 시기에 고민을 매듭짓겠다”면서 ‘전당대회를 계기로 ‘문재인 정치’의 장(場)이 만들어지는 것이냐’란 질문에 “기대하세요”라고까지 한 것이다. 권 고문의 요청에 대해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어서 문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문 의원의 구체화되는 당권 그림을 바라만 볼 뿐 거중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오래전 ‘2선’으로 물러난 권 고문이 고비마다 막후 정치에 나서는 것은 현역 중진 의원들이 계파 정치에 매몰돼 있거나 ‘쓴소리’를 할 역량이 전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로 현역들의 정치력 부재가 권 고문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권노갑#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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