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침상 없애고 침대옆 마루방 ‘안방같은 소아병동’… <6>김포 뉴고려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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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

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의 소아병동. 소아침대 옆에 마루방을 설치해 아이와 보호자들이 내 집의 안방이나 공부방처럼 이용한다(위쪽). 또한 소아병동엔 병실 하나를 놀이방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김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의 소아병동. 소아침대 옆에 마루방을 설치해 아이와 보호자들이 내 집의 안방이나 공부방처럼 이용한다(위쪽). 또한 소아병동엔 병실 하나를 놀이방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김포=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동네 착한 병원으로 선정됐습니다.”

“우리 병원은 착한 병원이 아닌데요. 괜히 취재하지 마세요.”

유인상 뉴고려병원 의료원장과의 처음 통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정중히 거절했던 유 의료원장에게 “착한 병원의 취지는 병원 자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알차게 갖춰진 환자 중심 시스템을 소개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다른 병원에서도 알토란 같은 시스템을 공유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시킨 뒤에야 취재가 가능했다.

2009년 개원한 300병상 규모의 뉴고려병원은 ‘안방 같은 소아과 병동’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중견병원이다. 2011년엔 중소병원으로는 가장 초창기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환자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 보호자 침상 없앤 안방 같은 소아과 병동

병원 7층에 위치한 소아과 4인실 병동들은 다른 병원과 매우 달랐다. 아니, 전국에서 이 병원만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병동이었다. 딱딱하고 좁은 보호자 침상을 없애고 소아 침대 옆에 널찍한 마루방을 만들었다. 마루방의 크기는 소아 침대의 3배 정도. 그 크기면 엄마와 환아가 편안히 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루방 바닥엔 열선이 들어와 온돌방처럼 따뜻하다.

15개월 된 아이가 장염 때문에 입원해서 3일째 병동 생활을 하는 주부 신상희 씨(36·경기 김포시 장기동)는 “침대 옆에 마루방이 붙어 있어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질 염려도 없고 애기가 놀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겨 좋다”면서 “공간이 충분해 남편도 퇴근하고 이곳에 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부 최청인 씨(35·경기 김포시 양곡리)는 “아이가 급성후두염 때문에 2일째 입원 중인데 아이 짐도 마루방에 풀어놓고 내 집 안방처럼 사용할 정도로 편안하다”면서 “마루방 온도도 조절할 수 있어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이 덜하다”고 말했다.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한다. 마루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도 많다. 소아병동 한쪽엔 병실 하나를 아예 놀이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 놀러온 환아 김가온 양(6)은 “놀이방에서 선생님이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줬어요”라고 즐거워했다.

김포에 사는 엄마들의 나눔 카페인 김행나(http://cafe.naver.com/gpfleamarket)에도 이 병원의 마루방이 연일 소개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했을까?

○ “이틀만 입원해 보세요. 얼마나 피곤한지”

“환아가 장염이나 독감으로 입원하면 대개 엄마가 일주일가량 같이 입원실에 있잖아요. 좁은 침상에서 2, 3일만 지내보세요. 아이도 힘들지만 엄마가 더 힘들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소아병동을 다 돌아봤어요. 우연히 모 산부인과에서 안방처럼 만든 것을 보고 소아병동에 적용시켰는데 이렇게 엄마들의 호응이 좋네요.”(유 의료원장)

뉴고려병원은 경기 김포신도시 중심에 위치해 있는 관절전문병원이자 종합병원이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어 주변 곳곳에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많다. 이 의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 규모상 적자가 예상되는 소아병동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5년 전 처음에 마루방을 만들고 각종 놀이시설을 갖추려면 추가로 수억 원이 더 들어가야 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소아병동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16개 소아병상에서 시작해 지금은 38개 병상으로 늘렸다. 또 초기 하루 평균 환아가 2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40∼50명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소아병동의 적자는 피할 수 있었다. 담당 의사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고 조만간 1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다.

이 병원에서 눈여겨볼 것이 또 하나 있다. 중소병원임에도 심뇌혈관 통합센터를 만들어 환자들을 본다는 것이다. 중소병원급에서 심장혈관센터는 흔하지만 인건비, 시설비, 유지비 부담 때문에 뇌혈관센터까지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유 의료원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타 병원과 다르게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마루방을 만들고 뇌혈관센터도 만들었다”면서 “이러한 차별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선정위원 한마디]“보호자 배려한 착한 시스템… 널리 확산됐으면” ▼

뉴고려병원의 안방 같은 소아과병동의 착한 병원 선정에 위원들은 만장일치였다.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인 장동민 위원은 “이러한 시스템은 보호자를 생각하는 마음 없인 힘든 것”이라면서 “부모의 마음을 잘 이해한 시스템이어서 나의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인 김세진 위원은 “병동 생활은 당해본 사람만 아는 것”이라면서 “다른 병원에도 이런 시스템이 확산돼 보호자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병동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아의 침대는 그냥 두고 보호자 침상만 없앴다는 사실. 이에 대해 환아의 안전을 고려해 아이 침대는 있어야 된다는 것이 그곳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가령 장염 환자, 호흡기 환자 등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환아도 있기 때문에 침대를 없애면 다른 환아에게 옮길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링거 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주사가 빠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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