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양섭 전문기자의 바둑人] <2> IGF 26세 女국장 이하진…“젊다고요? 확실한 국제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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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의 젊은 프로기사 이하진은 요즘 바둑행정과 바둑외교를 배우느라 바쁘다. 그는 올해 7월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이 되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와 회의에 참석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6세의 젊은 프로기사 이하진은 요즘 바둑행정과 바둑외교를 배우느라 바쁘다. 그는 올해 7월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이 되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와 회의에 참석하며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힘들긴 하지만 바둑만큼이나 재미가 있다. 바둑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일이 주 임무이니만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올해 7월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이 되는 프로기사 이하진 3단(26)은 요즘 업무를 익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를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젊은 나이에 국제기구의 중책을 맡는 데 대해 주변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각종 국제대회와 회의에 참가하며 착실하게 실무경험을 넓혀가고 있다. 요즘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3층에 책상 하나를 놓고 7월 경주에서 열리는 IGF 총회와 제35회 세계아마추어바둑선수권대회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경주 대회는 그가 정식으로 사무국장으로 데뷔하는 무대. 완벽한 대회를 위해 준비 상황 점검과 참가국과의 접촉, 경주시와의 업무 협조 등으로 요즘은 하루가 짧다. 바둑만 두어온 그로서는 바둑행정과 외국과의 교섭 등은 새로운 영역이다.

이하진 차기 IGF 사무국장(왼쪽)과 시게노 유키 현 사무국장.
이하진 차기 IGF 사무국장(왼쪽)과 시게노 유키 현 사무국장.
이하진 프로는 지난해 7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바둑콩글레스, 9월 일본 센다이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10월 일본기원 주최 도쿄 회의, 11월 도쿄 국제페어바둑대회, 12월 베이징 스포츠어코드 대회 등에 참가해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대한바둑협회 베트남지부 개소식에 참가하는 등 한 달 동안 4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올해는 2019년 하노이 아시아경기에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일에도 동참했다.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의에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을 수행한 것. 외교관 출신인 서 회장이 위원들을 상대로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해달라고 로비하는 작업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는 "외교라는 것의 어려움을 알게 됐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사무국장에 내정된 것은 지난해 4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내정 당시 젊은데다 경험이 없어 걱정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영어실력이 뛰어난데다 바둑 세계화에도 관심이 커 국제통으로 키워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발탁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이하진 프로는 2013년 8월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 그는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는 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3년 반 만에 조기 졸업했다.

그가 반드시 영어를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2006년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주재 한국 대사가 주최하는 바둑대회에 1주일간 참가한 뒤부터. 대회에 참석한 유럽의 아마추어들이나 대회 관계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데 실력이 모자랐다. 돌아오자마자 한상대 명지대 교수의 '영어바둑교실'을 다니며 영어에 몰두했다. 당시 같이 영어를 배우던 멤버가 윤영선 5단과 안영길 6단, 조미경 초단 등이다. 윤영선은 독일에서, 안영길은 호주에서, 조미경은 싱가포르에서 바둑 보급을 위해 활약 중이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일본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에서 열린 제34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때. 주최국 일본의 대회 관계자나 영미권 참가자들과 유창한 영어로 의견을 교환하며 활달하게 어울렸다. 시게노 유키(重野由紀) IGF 사무국장(49·프로 2단)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음으로 양으로 한국대표인 최현재 아마 6단을 지원해 우승에 일조했다. 최 6단은 대회 우승으로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

한국기원에 있는 이하진 프로의 사무공간.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에 있는 이하진 프로의 사무공간.
한국기원 제공
이하진은 프로 기사로서도 돋보이는 존재다. 부모님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6세 때부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최근 대전에서 기원을 냈다). 기재가 보이자 초등학생 때 김원 도장과 차수권 도장에서 본격적으로 바둑 수업에 나섰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프로가 돼 여자단체전인 '정관장배 세계바둑대회'에 4년간 한국대표로 선발됐고 2008년 전자랜드배 여자부 우승, 2009년 여류국수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바둑을 배울 때는 '영원한 기성' 우칭위안(吳淸源) 선생을, 입단 무렵에는 이세돌 9단을 닮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가 되고서도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갔고, 프로 기사와 대학생이라는 '이중생활'을 그는 훌륭히 해냈다.

지금도 IGF 일로 바쁘지만 2월 초 KBS 바둑왕전 예선에 참가했다. 친구를 만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은 젊은이다. 그가 자주 만나는 프로기사로는 동갑인 김은선 4단과 김세실 2단. 또 3년째 교제 중인 남자친구와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IGF: 1982년 일본이 주도해 만든 단체로 회원 74개국. 바둑 장기 체스 브리지 체커스 등 5개 종목의 국제대회를 주관하고 바둑 세계화에 노력하는 단체. 2010년부터 한중일이 2년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데 한국은 올해 7월부터 2년간 의장국이 된다. 한국기원 총재가 의장을, 양재호 사무총장이 상임이사를, 이하진 프로 3단이 사무국장을 맡는다.

윤양섭 전문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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