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리포트]폐 자궁내막증 수술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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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조영제 활용 염증조직 콕집어 제거

이두연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두연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지난해 여름, 한 젊은 여자 회사원 송모 씨(27)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필자를 찾아왔다. 1년여 전부터 생리 때만 되면 코와 입으로 피를 토한다고 했다. 달이 거듭될수록 피의 양도 증가하자 폐결핵 또는 폐암에 걸렸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은 것이다. 환자를 진정시킨 뒤 흉부 X선 및 전산화 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해 원인을 살폈다.

흉부 X선 검사에선 별다른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CT 결과에서 우측 폐 중엽에 출혈로 보이는 음영이 발견됐고 필자는 ‘폐 자궁내막증’으로 진단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벽을 이루는 내막 조직이 난소나 난관, 자궁 주위 인대 등 자궁이 아닌 부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비교적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하지만 폐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증 중에서도 무척 드물다.

원인은 자궁내막증 상태로 성질이 변한 세포가 혈관 등을 타고 떠돌다 가슴 막에 붙거나, 폐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생리 때마다 숨구멍으로 피가 넘어오는 게 특징이다. 폐에 붙은 자궁내막 조직도 자궁 속 조직처럼 주기적으로 분비되는 난소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출혈이 있으면 폐암이나 결핵으로 오인해 그와 관련된 검사만 실시하다 두세 번의 생리가 있은 뒤에야 정확한 원인을 발견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생리 때마다 코와 입을 통해 많은 양의 피를 토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피로 인해 기관지가 닫혀 심한 호흡 곤란과 질식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심하면 폐렴으로 인한 응급처치와 집중 치료를 받기도 한다.

증상의 원인을 찾았지만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이러한 때는 보통 생리가 생기지 않도록 호르몬 약을 폐경기까지 사용하거나 수술로 난소를 제거한다. 하지만 송 씨는 미혼이라 결혼은 물론 임신과 출산을 해야 했기에 난소 제거나 장기 호르몬 치료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결국 폐 자궁내막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에는 이 수술을 하기 위해선 가슴을 직접 열고 잘라야 할 부위를 만져 가며 절제하거나 흉강(胸腔·가슴) 내시경을 이용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절제 때 상당히 많은 정상 폐 조직을 함께 잃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하이브리드 수술(2가지 이상의 방법을 융합한 수술)을 진행했다. 우선 환자의 가슴을 CT로 관찰하면서 조영제를 병이 있는 부위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위치를 설정했다. 그러고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형광경(螢光鏡)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흉강 내시경으로 병 부위만 정확하게 절제했다. 환자는 수술을 잘 마친 뒤 빠르게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병의 원인이 되는 폐 부위만 정확히 절제해 폐 기능 장애를 최소화한 하이브리드 수술은 폐 자궁내막증 치료의 든든한 지원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코와 입을 통해 피를 쏟는 젊은 여성이라면 당황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길 바란다.

이두연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폐 자궁내막증#수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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