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정부청사 ‘이전 불만’ 29년전과 닮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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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청사에 이주한 농수산부와 건설부는 서울 관계부처와 너무 떨어져 있어 시간낭비가 많고 행정효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행정처리 방식은 전화·문서로 처리해도 될 일을 옛날처럼 굳이 만나서 회의를 갖자고 하는 일이 잦아 서울 가서 회의 한번 하고 나면 하루해가 저물어 다른 일은 돌볼 틈이 없다.”

언뜻 보면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들이 겪을 고충으로 보이지만 이 기사는 29년 전인 1983년 6월 11일자 동아일보 2면에 담긴 내용입니다. ‘서울-과천청사 멀어 시간낭비’라는 제목이 달린 이 기사는 과천이라는 단어만 ‘세종’으로 바꾸면 당장 오늘자 신문에 실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9년 전 기사를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세종시 부처 이전을 코앞에 둔 지금 상황이 그때와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선발대로 뽑힌 부처들이 “청사 배정기준이 뭐냐”며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 퇴근버스가 끊기면 변변한 대중교통이 없어 고생이 크다는 점, 심지어 ‘공사판이라 황량하지만 공기가 맑고 소음이 적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세종시 신(新)청사 시대를 앞둔 부처들의 고민을 그때 그 ‘선배’들도 똑같이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1983년 전후 지면을 장식하던 무용담(?)은 ‘과천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이 이전한 1986년에는 이사에 따른 피로를 느낄 틈도 없었습니다. 환율, 국제금리, 유가에 걸친 ‘3저(低) 현상’으로 성장률이 12.2%까지 뛰었고 사상 첫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과천 터가 좋아 경제도 잘나간다”는 말이 실감 나던 때입니다. 이후 19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올해 3대 신용평가사 동반 등급 상승 등을 경험하며 말 그대로 ‘영욕(榮辱)의 과천 29년’을 보냈습니다.

7일 기획재정부의 세종시 이전으로 ‘경제수도’로서 과천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세계경기 침체, 새 정부 출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만큼 화려한 영광을 당장 재현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광화문에서 20km 떨어진 과천청사로 이전할 때도 ‘업무 비효율’ 문제가 컸다는데, 148km 떨어진 세종시로 이사를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정부 안팎의 우려가 큽니다. 29년 전 선배들이 열었던 ‘과천시대’를 거울삼아 경제는 살리고 비효율은 최소화하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정부청사#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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