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마트 수박엔 꼭지 있는데 사과엔 왜 안달려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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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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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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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과일 중 수박에는 있고 사과에는 없는 게 있습니다. 모든 식물이 달고 있는 부위입니다. 사과에 ‘이것’이 있는지 모르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이 부위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꼭지’입니다. 농가에서 사과(사진)를 수확할 때 꼭지를 모두 잘라내고 출하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농가에서 꼭지를 제거한 시기는 대략 1970년대부터로 추정됩니다. 포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 20kg 나무상자에 사과를 담아 배송하다 보면 사과꼭지가 부러지기 일쑤였습니다. 또 사과꼭지 때문에 다른 과일에 흠집이 났습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농가에 “사과꼭지를 떼서 넘길 것”을 요청했고, 그 뒤부터 사과꼭지 떼기가 관행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과에서 꼭지를 떼면 품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올 초 한국농수산대학에 의뢰해 실시한 ‘사과꼭지 절단 유통개선연구’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온에서 사과를 1주일 정도 보관할 경우 꼭지를 뗀 사과는 절단면을 통해 많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무게가 4.5% 줄어듭니다. 같은 기간 꼭지가 붙어 있는 사과는 2.8%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꼭지 있는 사과만 유통시킨다고 합니다.

꼭지를 떼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적잖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가에서 사과꼭지 제거에 쓰는 돈이 연간 190억 원에 이르고, 사과를 수확하는 노동력의 35%가 꼭지 절단작업에 투입됐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경북 문경, 충북 충주, 충남 예산에서 생산되는 사과 가운데 5000t가량을 꼭지를 떼지 않고 시범 유통하기로 했습니다. 또 시범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부터는 꼭지 있는 사과 유통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영식 농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일본에서는 꼭지 없는 사과를 ‘흠이 있는 사과’로 여길 정도”라며 “꼭지 달린 사과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앞으로 동네 슈퍼마켓에서 꼭지 달린 사과를 보게 되면 놀라지 말고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사과#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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