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27>한 방에 성공했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사람들의 공통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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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은 제각각이지만, 성공했다가 금방 몰락하는 사람들의 삶은 엇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남자는 벼락 성공을 거두었고, 그것이 순전히 자신의 실력 덕분이라고 믿었다. 남들이 ‘운 좋았다’고 함부로 말하는 게 듣기 싫었다.

대부분의 성공이라는 게 그렇다. 어디부터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실력인지 잘라 구분하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남자는 자신의 성공이 자연법칙만큼이나 당연하며, 그것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많은 성공이 필연적으로 독선과 자만을 낳는다고 하던가. 남자의 눈에 주변 사람들이 한심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그의 성공에 한 다리 걸치려고 아우성이었다.

성공이 정점을 찍고 나서야 남자는 경쟁자들의 표적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쏘아대는 모든 화살이 정상에 오른 그에게만 집중되는 것이었다. 동지는 줄어드는 반면 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졌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식구들마저 그를 외롭게 했다. 특히 아내에겐, 성공을 지켜내려고 기를 쓰는 남편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내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기라도 하듯 맹렬하게 소비에 나섰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남자가 먼저 외면했다는 쪽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의 주변엔 이미 조방꾼(기생과 연결시켜 주는 거간꾼) 친구들이 들끓었고, 성공 이후 한껏 높아진 기준으로는 아내가 촌티 나는 아줌마로 보일 뿐이었다.

남자는 조강지처와 결별하면서도 자신이 있었다. 훨씬 멋지고 세련된 여자를 만날 기회는 충분하니까.

그는 정상에서 끌어내리려는 세상의 힘에 저항하며,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으로 성공을 이어 나가기를 고집했다. ‘자기 방식’에 대한 집착이, 변화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귀 틀어막기’를 낳았고, 마침내 남았던 기회들마저 등을 돌리고 말았다.

몰락은 그 주인공을 고립시켜 충분한 고통을 준 후에야 확인 절차를 밟는 것처럼 찾아온다. ‘한 방에 성공했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런 부침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실패 이후의 시간 대부분을 남들 탓 하는 데 쓰고 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은, 이처럼 깊은 불행으로 이어지는 반전의 시작일 수도 있다. 행운의 모습으로 나타나, 예전부터 갖고 있던 것들까지 남김없이 쓸어가 버린다. 그러니까 예상외의 성공을 만난다면 눈을 더욱 부릅뜰 필요가 있다. 행운의 손이 아니라, 절벽 끝에서 헹가래를 치는 손인지도 모르니까.

한상복 작가
#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성공#조강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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