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흰살 생선 찍어 먹을 땐 간장 대신 소금 쓰면 더 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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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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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스시 쇼쿠닌 ‘긴자 규베이’ 오너 이마다 요스케 씨

일본 최고의 스시 쇼쿠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마다 요스케 씨가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일식당 ‘스시조’에서 스시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일본 최고의 스시 쇼쿠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마다 요스케 씨가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일식당 ‘스시조’에서 스시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스시(초밥)를 옆으로 눕혀서 젓가락으로 생선과 밥알을 함께 집은 다음 간장을 찍는 것이 좋다. 처음에 접시에 나온 대로 중간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으면 간장에 찍을 때 밥알이 흩어지기 쉽다.” 일본에서 최고의 스시 쇼쿠닌(職人)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긴자 규베이’의 오너 이마다 요스케씨는 기자에게 스시를 맛있게 먹는 기본 요령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생선회를 먹을 때도 와사비를 생선으로 완전히 감싼 뒤, 생선에만 간장을 묻혀서 먹으라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와사비의 독특한 풍미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마다 씨와 인터뷰한 것은 이달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에서다. 17∼19일 이 식당에서는 이마다 씨와 긴자 규베이 요리사 3명이 직접 고객 앞에서 스시를 만들어주는 ‘규베이 스시 갈라 디너’ 행사가 열렸다. 인터뷰는 이마다 씨가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진행됐다.

긴자 규베이에는 일본 정·재계와 문화계의 유명인사들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명사들도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니컬러스 케이지, 윌 스미스, 톰 크루즈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녀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도 자주 온다. 1993년에는 긴자 규베이의 오쿠라호텔 지점에서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스시에 재료로 들어가는 생선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 종류 생선으로 스시를 만드는 게 아니다.(코스로 나온다는 의미) 스시 바에 앉으면 여러 재료로 만든 초밥들이 나온다. 붉은 생선인 참치, 흰 생선인 광어, 푸른 생선인 고등어, 그리고 조갯살, 성게 알, 새우 등. 8∼10개의 재료로 만든 스시들이 하나의 완성된 맛이 되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추천하기는 어렵다.”

스시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쇼쿠닌의 손을 떠난 뒤 몇 분 내에 먹어야 한다는 등의 요령이 있나.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밥알이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흰살 생선은 간장보다 소금을 찍어먹는 게 맛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오징어와 같은 흰살 생선은 사실 간장보다 소금이 더 잘 어울린다. 붕장어(아나고)와 같은 흰살 생선은 따뜻할 때 소금을 찍어 먹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난다.”

군칸마키(軍艦卷き·스시의 한 종류로 밥을 김으로 만 뒤 성게 알을 얹은 것)는 긴자 규베이에서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군칸마키는 1935년 긴자 규베이를 창업한 나의 부친이 처음 만들었다. 개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냈다는 게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과거 성게 알은 간단한 안주요리로만 사용됐다. 특히 최고급 홋카이도 성게 알의 경우 냉장 냉동 등 식재료 운송 및 보관이 어려워 스시로 만들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홋카이도산 성게 알을 가지고 아버지를 찾아와 스시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성게 알은 스시에 올리면 흘러내려 아버지는 즉석에서 초밥에 김을 둘렀고 그 위에 성게 알을 올려 ‘군함 스시’가 탄생했다.”

‘손이 따뜻한 사람은 스시 쇼쿠닌이 될 수 없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스시를 만들면서 계속 찬물에 손을 담그기 때문에 손이 따뜻해도 상관없다.”

점포는 몇 개나 있나.

“도쿄(東京) 긴자에 지상 5층∼지하 2층 규모의 본점이 있다. 2006년에 본점 근처에 별관을 하나 만들었고, 유명 호텔 등에 7개 지점이 있다.”

점포를 더 늘릴 계획은 없나.

“매장을 늘리기보다 스시 학교를 만들고 싶다. 학교와 연계해서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실제로 스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식이다. 가게를 늘리려면 스시 쇼쿠닌과 홀을 담당하는 종업원이 필요하다. 사람을 고용해 가르친 후 긴자큐베이에서 일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스시 바에 서기까지 몇 년이 걸리나. 좋은 스시 쇼쿠닌이 되기 위한 조건이 있는지….

스시를 젓가락으로 집는 바른 방법.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제공
스시를 젓가락으로 집는 바른 방법.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제공
“10년 정도 걸린다. 일단 스시를 만드는 실력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산도 잘해야 한다. 세트 메뉴는 상관없지만 스시 바에서는 스시 쇼쿠닌이 고객에게 어떤 가격대의 스시를 만들어줄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시 쇼쿠닌은 고객이 가게를 떠날 때까지 가게를 대표하기 때문에 지배인 역할도 해야 한다. 인사도 잘해야 하고 요리를 만드는 손동작이 훌륭해야 하며 재치 있는 대화로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이너 기질이 있어야 한다.”

올해로 67세인 그는 신문을 보기 위해 얼마 전 구입했다며 삼성 갤럭시노트를 보여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인터뷰 도중 옆 테이블의 손님이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기꺼이 사진도 찍었다. 그가 자료를 가지러 간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옆에 있던 쇼쿠닌이 이마다 씨가 하루 3000개 정도의 스시를 만든다고 귀띔했다.

긴자 규베이에서 일하는 스시 쇼쿠닌은 몇 명 정도인가.

“50명가량이다.”

그중 A급을 꼽으라면….

“30년 정도의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6, 7명 정도다.”

스시 레스토랑치고는 이색적으로 대졸 공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지난해의 경우 3명의 대졸 사원이 입사했으며, 이 중에는 메이지(明治)대 법학부와 같은 명문 출신도 있다)

“반드시 대졸만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에서 기업설명회도 하는데 70명가량이 모인다. 일본에서는 대졸자가 스시 레스토랑에 취직하는 것이 전혀 흠 잡힐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무엇을 주로 보는가.

“의욕이 가장 중요하다. 몇 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 무슨 일이든 힘들다. 힘들다고 해서 ‘이것은 천직이 아닌가봐’라고 얘기하곤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천직이라는 것이 별도로 있는 줄 알고 찾는데, 천직은 자신이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다.”

해마다 연초에 열리는 도쿄 쓰키지(築地)어시장 참치 첫 경매에서 2009∼2011년 3년 연속 긴자 규베이가 홍콩의 한 업체와 공동으로 최고가를 써내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1년의 경우 낙찰가가 무려 3259만 엔(약 4억8000만 원)에 이르렀는데 참치 한 마리가 과연 그만한 가치를 하는가.

“사실 식재료로서의 가치만 따지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홍보효과 때문에 구매를 하는 것이다.”

긴자 규베이 본점에서 스시를 먹으려면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평균적으로 저녁은 2만 엔(약 29만5000원), 점심은 7000엔(약 10만 원) 이하로 보면 된다. 평일에는 하루 120∼170명이, 주말에는 250명가량이 긴자 매장을 찾는다. 긴자 본점의 하루 최고 매출 기록은 750만 엔(약 1억1000만 원)이다.”

일본의 고급식당 중에는 단골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처음 오는 손님 사절’이라는 영업원칙을 가진 곳도 적지 않다. 긴자 규베이는 어떤가.

“우리는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한다. 가게는 단골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단골만 고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고객들이 사라진다. 아무리 단골손님이라고 해도 한 가게를 30년 이상 다니기 힘들다. 단골손님만 고집하다 보면 30년 뒤에는 망한다는 이야기다. 긴자큐베이가 단골손님만 챙겼더라면 77년이나 살아남았겠는가. 긴자 규베이는 영속해야 하기 때문에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다.”

본인이 만든 스시를 먹을 때도 많은가.

“거의 먹지 않는다. 그 대신 직원들이 스시를 제대로 만들었는지 점검하기 위해 먹는 경우가 많다. 밥알이 너무 딱딱하지 않은지 등 기본 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한다. 뭐든지 기본이 중요하다. 삼성 갤럭시나 현대차도 기본 부품들이 모여서 하나의 제품이 되는 것이다. 음식의 맛, 분위기 등 여러 기본이 합쳐져서 그날 서비스가 결정된다.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고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까지 들었는데, 가방이 없어지거나 겉옷이 바뀌었다면 고객은 기분이 상한다. 고객이 무사히 떠나는 것을 봐야 스시 쇼쿠닌의 일이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10 Less 10 More 암을 이기는 식탁’은 한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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