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두 달 만에 농구선수 꿈 접은 아들… 왜?

  • Array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초등생, 도전을 잃다


최근 한 TV 퀴즈프로그램에서 초등생 1000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1위를 차지했다. 오늘날 초등생들은 도전하기보다는 안주하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기술(IT)업체를 운영하는 강모 씨(49·서울 서초구)의 초등 5학년 아들도 그러했다.

강 씨는 자칭 교육열이 높은 아버지다. 초등 5학년 아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이든 사준다. 수학부터 태권도,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아들이 배우고 싶다는 게 생기면 주요 과목, 예체능을 막론하고 학원에 등록한다.

지난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아들이 다가왔다. “아빠, 나 프로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농구선수라니…. 이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강 씨는 평소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들은 진지했다. 아들은 “농구선수가 되면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연예인처럼 방송에도 나와 인기스타가 될 수 있어요”라며 “중학교도 농구부가 유명한 ○○중으로 가고 싶어요. 대학교도 농구실력으로 명문대에 갈 거예요”라고 계획을 말했다.

‘아직 초등생인데 꿈은 얼마든지 바뀌겠지…. 열심히 운동하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거야.’ 강 씨는 아들이 교내 농구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을 허락하고 새로운 운동화와 농구공을 사줬다. 주말에 가끔씩 아들과 함께 TV로 농구경기를 보기도 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뒤 아들이 쭈뼛쭈뼛 다가왔다. “아빠, 농구동아리 그만둘래요. 프로 농구선수도 하지 않을래요.”

‘혹시 동아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이유를 물은 강 씨에게 아들은 신문기사 3개를 내밀었다. 기사 내용은 최근 일어났던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승부조작 사건의 배경과 이유를 분석한 것. ‘고교에 야구부, 농구부가 매우 적다’, ‘고교, 대학 졸업 후 프로팀에 들어가기 매우 어려우며 입단 후에도 신인선수의 연봉이 매우 적어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같은 내용에 형광펜으로 줄이 쳐져 있었다.

강 씨는 어려운 현실을 단순히 신문기사로만 접하고는 곧바로 꿈을 포기하는 아들의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원하는 건 무조건, 무엇이든 해줬던 내 탓일까?’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반성했다. 아들에게 말했다.

“네가 선택한 일이니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내년에 초등 5학년이 된 이후에도 프로 농구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면 그때 그만두는 것을 허락하마. 단,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농구동아리 활동을 해야 한다.”(강 씨)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뤄지는 농구동아리 연습시간에 빠지지 않았다. 초등 4학년 2학기에는 친구들과 팀을 꾸려 교내 농구대회에 참가해 준준결승까지 올랐다. 지난해 겨울방학에는 스포츠용품 업체가 주최한 3 대 3 실내농구대회에 참가해 단 한 경기 만에 탈락했다.

지금 아들의 꿈은 과학자다. 수학이 재미있다는 게 이유. 농구동아리 활동은 그만두고 대신 수학적 사고력·창의력을 키워준다는 학원에 다닌다. 강 씨는 예전처럼 ‘무조건’ 학원을 등록해준 것은 아니다. 강 씨는 아들과 ‘수학성적이 80점 아래로 떨어지면 학원을 그만두기’로 약속했다. 이런 조건에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더욱 책임감을 갖고 공부한다고 강 씨는 설명했다. 아직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여름방학에는 전국 규모의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도전을 기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초등생. 이들이 도전에 재미를 느끼고 가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을까? 21세기를 사는 학부모가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