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서유헌]생명의 뇌, 감정의 뇌, 이성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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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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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최근 학교폭력 사건이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어 많은 학부모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왜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알아야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전문가마다 해석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우리 교육의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한 준비 교육’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전적으로 뇌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발달 단계에 따라 뇌 발달을 최고로 잘 시키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교육은 뇌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을 하기보다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의 뇌는 가장 밑에 생명의 뇌, 중간에 감정의 뇌(본능의 뇌), 가장 위에 이성의 뇌(공부의 뇌)가 있으며 이들 뇌는 서로 조화롭게 연결돼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건강이 잘 유지되고, 감정과 본능이 충족되어야 공부의 뇌, 이성의 뇌가 최고도로 발달된다. 건강하지 못하고 감정과 본능이 충족되지 못하면 공부의 뇌는 잘 작동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의 감정을 고려하면서 교육을 하고 있는가. 마치 아이들을 감정과 본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감정과 본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하루도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과도한 입시 위주의 강제교육 때문에 약 50%의 초중고교 학생이 행복하지 못하며 이 중 20%가 자살을 한 번 이상 생각할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과 학교에서 이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면서 오로지 지적 교육만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의 감정의 뇌는 어른들보다 더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예민한 아이들의 감정과 본능의 뇌는 적절한 자극에 의해 충족감을 얻지 못하고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기 때문에 감정과 본능의 충족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인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서는 감정적 충족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폭력, 왕따, 약물 복용 등과 같은 비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감정과 본능을 충족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폭력을 통해 공부 스트레스를 풀고 감정적 충족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맨 위에 있는 이성의 뇌가 밑에 있는 감정과 본능의 뇌를 적절히 조절 및 제어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 표현이 나타나게 되고 폭력성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경우 아직 이성의 뇌가 제대로 성장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감정과 본능적 행동의 적절한 조절 및 제어가 잘 되지 않아 감정의 폭발이나 폭력적 행동이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뇌를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이성적 교육, 인간성 교육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입시교육에 밀려 무시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교폭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감정과 본능의 뇌를 적절히 충족시켜 주면서 공부의 뇌, 이성의 뇌를 조화롭게 발달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상적인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을 통해 귀중한 우리 아이들의 감정과 본능의 뇌를 충족시켜 주고 이성의 뇌를 발달시켜 주면, 즉 전뇌를 동시에 발달시키는 전뇌교육이 이루어지면 비정상적인 학교폭력이 근본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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