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해외서도 인정한 한국 위기대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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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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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해외에서 투자자를 만나 사정해도 꿔주지 않고…그때는 한국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화난은커녕 과잉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금시장을 총괄했고 지금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시중은행 임원의 회고다. 그의 말을 들으니 4년 전 급박하게 돌아가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전후 한국 경제는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있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기록적인 매도세를 이어갔고 은행은 달러가 바닥이 나 정부로부터 외환보유액을 긴급 수혈 받아야 했다. 외환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해외 투자은행과 외신들은 한국의 외화유동성과 가계부채 등을 문제 삼아 “한국 경제가 다시 외환위기 조짐을 보인다”며 위기를 부채질했다. 지금의 대내외 경제 상황은 ‘미국발(發) 위기’가 ‘유럽발 위기’로 바뀌었을 뿐 그 여파와 강도는 무시할 바가 못 된다. 당시 주기적으로 위기설이 찾아온 것처럼 유럽의 채권만기가 집중돼 있는 올 2∼4월에 큰 위기가 온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비슷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위기에 맞서는 한국 경제의 ‘체질’이다.

최근 유럽의 신용강등 사태에도 원화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과거만 해도 달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던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외화가 충분하다며 자신 있어 한다. 국제시장에서는 한국 국채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대접을 받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채권 발행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물론 스스로만의 평가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 잇달아 강등의 수모를 안겼던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굳건히 유지하거나 올릴 조짐이다. HSBC는 19일 보고서에서 “한국은 재정건전성도 양호하고 2008년보다 금융시스템도 개선돼 유럽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유재동 경제부 기자
한국 경제가 위기 대응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분명 지난 위기에서 배우고 충분히 대비를 해 온 성과물이다. 하지만 긴장의 고삐를 늦추긴 이르다. 진짜 위기는 미리 생각해 두고 준비하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항상 우리가 알지 못한 곳에서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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