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美는 늑대, 中은 양” vs “이젠 함께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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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늑대고 중국은 양(羊)이다.”(군부)

1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려 13시간 동안 중국 베이징(北京) 자리(嘉里)호텔 대회의실에서 환추(環球)시보가 주최한 ‘2012년 세계의 격변과 중국의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중국 최고의 대외관계, 국방, 경제전문가 50여 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최대 쟁점은 오후 열린 ‘군사 위험’ 관련 분야. 군부 인사들은 미국을 원색적으로 성토했다. 펑광첸(彭光謙) 인민해방군 소장은 “남중국해지 남미국해가 아니다. 우리 집 문 앞에서 매일 미군이 정찰활동을 벌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상교(대령)인 다이쉬(戴旭) 국방대 연구원은 “남중국해에서 우리가 너무 힘을 안 보여준다”며 “먼저 경고하고 다음에는 쫓아내고 세 번째는 섬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이 연구원은 “중-미 관계는 정상적 국가관계가 아니라 사냥꾼과 사냥 당하는 동물의 관계”라며 “동물의 세계를 보라. 늑대와 양은 함께 평화로울 수 없고 사자와 사자만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미군은 미국의 개”라며 “미국은 달러와 미군으로 세계를 통치하는데 돈을 안 주면 개를 풀어 물게 한다”며 원색적 비난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을 늑대로, 중국을 양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 된 것”이라며 “오늘날의 세계는 세계화의 시대이고 함께 이기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쑨저(孫哲) 칭화(淸華)대 교수도 “다이 선생은 혈기 있는 남자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것”이라며 “다이 연구원은 미국을 한 번도 못 가봤으니 환추시보가 출장을 가보도록 도와주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날 중-미 대결을 강조하면서 군사력 강화와 강경대응의 목소리를 높이는 군부 측 인사들과 상생의 길을 찾자는 소장학자들 간에 격론이 계속되자 사회자는 “친구로 보면 친구가 되고, 적으로 보면 적이 된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등 최근 중국을 둘러싼 격랑이 중국 내부에 어떤 혼란을 불러왔는지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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