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소셜 펀딩’의 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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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글리프(Glif)’라는 제품을 샀습니다. 아이폰을 세워놓고 영화나 사진을 볼 수 있는 받침대인데, 삼각대에 연결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서 아이폰을 삼각대에 꽂아 캠코더처럼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아이폰을 가족용 카메라이자 캠코더로 쉽게 바꿔주는 아이디어죠.

톰 게르하르트와 댄 프로보스트라는 미국 뉴욕의 두 젊은이가 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제작한 글리프에 가족과 친구들은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두 젊은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글리프를 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량생산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킥스타터’라는 서비스였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글리프 활용법 동영상을 킥스타터 홈페이지에 올리고 누리꾼에게 대량생산을 위한 돈을 후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그러자 글리프를 갖고 싶은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보탰습니다. 톰과 댄은 “1만 달러(약 1080만 원)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누리꾼 5273명이 무려 13만7417달러를 걷어줬습니다. 그리고 이 열성적 후원자들은 자발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글리프를 홍보합니다. 결국 글리프는 대박을 터뜨려 한국에 있는 제 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이른바 ‘크라우드 펀드레이징’(대중에게서 자금 모으기)입니다.

킥스타터는 이 외에도 수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페이스북과 달리 개인정보를 잘 보호해 준다는 ‘디아스포라’라는 인터넷 서비스의 창업자금도 킥스타터가 마련했습니다. 영화 ‘로보캅’의 한 팬은 영화 배경인 디트로이트 시내에 로보캅의 동상을 만들겠다며 6만 달러가 넘는 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라우드 펀드레이징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스이즈트루스토리’(디트·www.thisistruestory.co.kr)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크라우드 펀드레이징이라는 용어 대신 아예 ‘소셜 펀딩’이란 용어도 만들어냈습니다. 여럿이 돈을 모아 사업이나 아이디어를 후원하자는 뜻입니다. 디트도 성공사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명 작곡가 소원석 씨는 이 서비스를 통해 음반 제작을 후원받았습니다.

이처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 돈이 부족해 영화를 못 찍었던 독립영화 감독, 새 음반을 내고 싶었던 가수 지망생 등에게 소셜 펀딩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아름다운 도구입니다.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티켓몬스터’ 같은 소셜커머스 서비스가 미국 서비스를 모방해 국내에서 성공하면서 비슷한 서비스가 난립한 것처럼 소셜 펀딩 서비스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커머스는 업체 간 과당 경쟁과 부실 서비스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바 있습니다. 소셜 펀딩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리꾼의 돈을 미리 모았는데 이런 업체가 망하기라도 하면 예비 기업인, 영화인, 음악인 등도 손해를 보고 이들을 후원한 누리꾼들도 피해를 보니까요.

디트를 만든 임현나 대표는 “한국에서도 멋진 후원 문화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대표나 다른 소셜 펀딩 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그 꿈을 꼭 이뤄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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