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 정수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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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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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도전정신 낯선 여행지서 배우죠”

낯선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비즈니스의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할리스커피 정수연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낯선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비즈니스의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할리스커피 정수연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탁자에는 10년도 더 된 빛바랜 사진이 여러 장 놓여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그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빙긋 웃고 있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텐트에서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행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는 할리스커피 정수연 대표(52)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할리스커피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 여행, 자유를 누려라

㈜두산 KFC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초년병 시절 해외 출장이 잦았다. 콘퍼런스나 워크숍이 열리는 장소는 대개 풍광이 수려한 곳이었다. 출장지를 다니면서 훗날 가족들과 함께 방문할 곳을 마음속에 잘 꼽아뒀다. 1987년 결혼한 뒤 딸(23)과 아들(18)을 얻었다. 바쁜 직장생활 틈틈이 짬을 내 가족여행에 나섰다. 어린 남매가 있다고 해서 손쉽게 가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고르지는 않았다. 그는 자유를 원했다. 아내와도 마음이 잘 맞았다.

“목적지와 그곳에서의 주요 일정 한두 개만 정해놓고 무작정 떠났어요. 숙소, 이동수단, 식사 등 정해진 프로그램에 얽매이기보다는 헤쳐 나가는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족의 뜻을 모아 행선지를 정하고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했죠.”

정 대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여행지에서 부모를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도록 두지 않았다. 여행지의 언어를 할 수 있든 없든 직접 숙소를 예약하도록 했고 작은 물건 하나라도 스스로 사게 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독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렀다고 했다. 최근 페루의 마추픽추에서는 고등학교 때 스페인어를 공부한 딸이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섰다. 올해 고3인 아들도 직접 항공권을 예약하고 루트를 짜 여행을 떠날 정도가 됐다.

캐나다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갔다가 지역 축제로 숙소가 꽉 차 한겨울에 맥도널드 냅킨으로 자동차 창문을 가리고 잠을 청한 일, 항공사 파업으로 미국 댈러스 공항에서 마음 졸이며 아내를 기다린 일, 아픈 아이를 들쳐 업고 괌에서 병원을 찾아다닌 일,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해발 3800m인 티티카카 호수에서 고산병으로 딸과 함께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 일…. 정 대표에게 여행이라는 단어는 가족이라는 말과 나란히 놓이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가족끼리 툭탁거리며 싸우다가도 여행지에서는 서로 마음을 모으게 됩니다. 여행을 하면 한결 여유로워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그것뿐인가요? 단순히 낯선 곳을 구경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일이지요.”

○ “스마트폰 앱으로 젊은 고객과 소통”

정 대표는 여행과 비즈니스는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도 여행에서 얻는다. 여행지에서도 그의 머릿속에선 커피가 떠나지 않는다. 어느 동네를 가든 커피숍은 꼭 들러 맛을 보고 커피 외에 어떤 메뉴를 갖췄는지 꼼꼼히 살핀다. 많이 다니면서 봐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고 굵직한 계획을 세워서 떠나지만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지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전과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길에 마주치는 상황과 트렌드는 늘 변화합니다. 여행이나 비즈니스나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나아가는 점은 같지요.”

정 대표는 현재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을, 성숙기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성장기라고 평가한다. 지금은 커피의 맛만큼이나 브랜드 이미지와 매장 분위기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테이크아웃 고객이 많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크게 치중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매장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라는 것.

“매장에 머무는 고객이 많다는 점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도 다른 부분입니다. 할리스는 인테리어 테마를 ‘로맨틱 스페이스’로 잡았습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콘셉트가 바로 ‘여행’입니다. 유럽 등 여행지의 커피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하려는 것이죠.”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정 대표처럼 국내에 300여 개 매장을 가진 할리스커피도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페루, 말레이시아에 할리스커피 간판을 내걸었으며, 올해 1월 필리핀에 점포를 내기 위한 계약을 했다. 연내에 태국에도 진출할 예정. 지난해 4월 지식경제부와 KOTRA가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해외 1호점 개설지원 사업’ 대상에 선정돼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의 현지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할리스가 토종 브랜드라는 특징을 살려 개발한 ‘고구마라테’, 유자를 얼음과 갈아 만든 ‘유자 크러시’ 등이 해외 매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만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홈페이지를 선보여서 젊은 고객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합니다.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를 할리스라는 제품과 서비스 속에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정수연 대표는

― 1959년 전남 광주 출생

― 1984년 전남대 경영학과 졸업 ㈜두산 입사

― 1997년 ㈜두산 OB맥주 마케팅팀장

― 1998년 ㈜두산 KFC 영업 및 마케팅 총괄 팀장

― 2000년 CPP코리아 총괄 전무

― 2002년 ㈜두산 KFC 마케팅팀장

― 2004년∼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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