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건강식품 ‘허준본가’ 동두천 지행점 문철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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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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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온라인 판매왕’ 준비없이 덜컥 개업
쓴 맛―낯선 오프라인… 반년만에 폐업 위기
단 맛―발로 뛰는 마케팅… 月700만원 수익

건강식품 프랜차이즈 ‘허준본가’ 지행점을 운영하는 문철성 씨(왼쪽)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건강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허준본가 지행점
건강식품 프랜차이즈 ‘허준본가’ 지행점을 운영하는 문철성 씨(왼쪽)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건강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허준본가 지행점
《2008년 9월 경기 동두천시 지행동 신도시에 건강식품 프랜차이즈 ‘허준본가’ 지행점을 오픈한 문철성 씨(35). 문 씨는 2004년부터 약 4년 동안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건강식품과 다이어트 용품을 판매한 경험을 살려 점포를 열었다. 문 씨는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서 건강식품과 다이어트 용품을 팔며 최고 수준의 판매자에게 주는 ‘파워 셀러’ 등급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판매 왕’으로 등극한 것. 하지만 자금이 풍부한 쇼핑몰들이 온라인에 대거 진출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자 문 씨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로 결정했다. 실시간 가격비교를 통해 낮은 가격의 물건만 찾는 인터넷 쇼핑의 특성상 자신처럼 소자본 창업자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온라인에서의 성공경험을 살리면 오프라인에서도 건강식품 판매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두천시 지행동에 50m²(약 15평) 규모의 점포를 냈다. 온라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실패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 오프라인 창업 반년 만에 1500만 원 날린 ‘온라인 판매 왕’

매장을 연 첫 달은 하루 평균 매출이 6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괜찮았다. 당시 매출호조의 결정적 요인이 친척과 친구들의 구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 문 씨는 둘째 달부터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마케팅에 투자한 액수는 1000만 원 정도.

“온라인에서는 홍보비를 들인 만큼 매출이 오른 경험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문 씨의 설명. 그는 홍보비를 투자하면 매출 증대는 자동으로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 뒤 문 씨는 마케팅의 힘만 믿은 채 밖에서 친구들과 자주 만났고, 쉬는 날에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다. 가게를 자주 비운 것이다. 낮 12시가 넘어서야 가게 문을 열었고, 매장을 지킨 시간이 하루 5시간도 안 됐다. 매장은 마치 폐업한 가게처럼 항상 문이 닫혀 있었고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매출이 하루 3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 달이 지나자 상황은 더욱 악화돼 하루 매출이 20만 원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듯 점포를 운영해 고객들이 외면한 결과였다. 적자는 1500만 원 정도로 불어났다. 점포개설비와 운영비까지 합쳐 약 7000만 원을 투자했던 문 씨는 결국 지난해 3월 폐점 위기에 몰렸다.

○ 오프라인 매장의 방정식을 배워라

문 씨는 뒤늦게 자신이 점포사업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낮춘 뒤 홍보를 집중해 값이 싸다는 점만 알리면 매출이 올랐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달랐다”며 “오프라인에서는 매장운영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등 서비스정신을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에 몰린 그는 점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매출이 높은 동일 업종의 매장을 찾아 조언을 들었다. 문 씨가 만난 점주들의 조언은 한결같았다.

점주들은 소자본 점포창업은 온라인과 달리 주인이 애정을 쏟으며 가게를 지켜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식품은 어버이날이나 명절 등이 아니면 마케팅이 매출로 잘 연결되지 않는 만큼 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일 것도 제안했다. 이어 점주들은 “단골을 확보하려면 지역 주민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1년의 노력 끝에 월 700만 원대 수익

문 씨는 우선 매장을 지키는 일부터 실천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영업했다. 그는 매장운영에 필요한 약탕기 청소와 포장업무 처리를 위해 영업이 끝난 뒤에도 가게를 지켰다.

마케팅 방식도 바꿨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등 선물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만 2, 3일 전에 집중적으로 전단을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후에는 별도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판매금액의 2.5%를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해 축적한 고객정보를 활용하게 되자 고객 관리도 수월해졌다.

문 씨는 매장의 주 고객인 30대와 40대가 모이는 수영모임 등에도 적극 참여하며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를 넓혔다. 그는 “직접적으로 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돼 주민들이 건강식품을 살 때는 내 점포를 이용해준다”며 “월 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내가 참여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올려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배달도 하는 그는 배달을 나가서 10분 안에 가게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한해서 직접 배달을 한다. 고객이 문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지역은 택배를 이용한다. 매장을 비울 때는 문에 연락처를 적어 두고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는 “이런 노력이 결국 신뢰로 이어져 이제는 잠깐 자리를 비워도 손님이 10분 정도는 기다려준다”며 “고객과 직접 만나고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의 성공담은 뒤로 하고 몸으로 뛰며 익힌 오프라인 매장 운영 노하우를 적극 실천한 문 씨는 “지금은 한 달 7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전문가 조언

건강제품 고객 대체로 보수적
건강정보 나누며 관계 유지를


문철성 씨 사례는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 초기 문 씨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 경험 부족은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하고도 적자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매장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공한 점포를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며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문 씨는 이제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는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는 등 ‘양’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관계로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새롭게 유행하는 건강식품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지금의 고객들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려면 건강식품 판매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업 철학과 생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건강 관련 제품의 주 고객은 보수적이다. 한번 정한 가게나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지금 고객은 앞으로도 평생 가게를 찾을 수 있는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지속가능한 고객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 모임 참가 등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은 계속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지역사회 건강지킴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주민 누구나 편하게 가게를 방문해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로 거듭난다면 더 발전할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비록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고객의 ‘건강 플래너’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제품 판매 뒤에도 제품을 꾸준히 복용하는지 체크하고 체질과 건강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권유하는 데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수시로 제공하며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 씨는 지금도 건강과 건강식품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건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그런 고객과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라 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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