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우리는 하나’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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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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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ssom, 강은주 그림 제공 포털아트
Blossom, 강은주 그림 제공 포털아트
대한민국 젊은이가 국제대회에 나가 다른 국가의 선수와 경쟁할 때 국민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응원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국가대항전 등등의 대회가 열리면 국민의 관심은 단연 고조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전국 방방곡곡에서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며 소리쳐 응원하고 승리하면 있는 힘껏 환호성을 터뜨립니다. 선수가 울면 덩달아 울고 선수가 기뻐하면 덩달아 춤을 춥니다. 완전한 감정이입의 순간입니다. 적어도 그 순간은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모두가 하나 되어 동일한 감정을 공유합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대립적 요소는 눈 녹듯 사라집니다. 다만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로 이루어진 값진 승리를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공유하는 무한 감동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런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을 구분하고 편 가르는 모든 대립적 요소가 소멸될 때 나타나는 ‘하나’라는 말, 그것은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의미의 하나는 ‘맨 처음 수’나 전체 중의 ‘한 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라고 말할 때의 하나는 ‘뜻, 마음, 생각 따위가 한결같고 일치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요컨대 구분과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 전체를 의미합니다. 그것을 확장하면 하나는 모든 것이 완성되고 완전해진 상태입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인 우주도 결국 하나입니다. 무생물과 생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하나에 속한 것입니다.

하나의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져 땅에 스미고 다른 수분을 만나 흐름이 형성됩니다. 계곡물이 강물이 되고 종내에는 바다로 흘러갑니다. 그것이 햇볕을 받으면 수증기가 되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증발합니다. 공중에 떠 있던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고 그것이 눈이나 비가 되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이렇게 하나와 전체가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눈도 되고 비도 되고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되고 구름도 됩니다. 다른 형상, 다른 형체가 되어도 결국 본질은 하나입니다.

인간은 1017개의 세균세포로 이루어진 소우주라고 합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식물성 동물성을 가리지 않고 섭취하지만 죽어 땅에 묻히면 곰팡이의 먹이가 되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곰팡이에 의한 분쇄 과정을 거쳐 미생물과 세균으로 환원되고 그것은 다시 식물과 동물의 바탕이 됩니다. 살아생전 섭취한 것으로 되돌아가고 되돌아오는 순환의 과정이니 미생물-세균-식물-동물-곰팡이는 결국 하나의 본질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정한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무한한 꽃잎이 되어 하나의 중심에 집중합니다. 거기에는 차별도 없고 차등도 없고 구별도 없고 구분도 없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완전성, 우리가 망각한 온전성의 세계가 만개할 뿐입니다. 이 땅의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이 피땀 흘리고 눈물 흘리며 만들어낸 값진 금메달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메달의 이름, 그것이 바로 ‘우리는 하나’라는 불멸의 메달입니다. 금메달보다 소중한 하나의 아들딸을 자랑스러워하며 하나 된 마음, 하나 된 자세로 멀리, 그리고 오래가는 사랑과 배려를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작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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