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구매대행사 ‘서브원’ 김태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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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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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부터 서비스 노하우까지 다 팝니다

3000억 매출 6년새 3조로
모그룹 LG 납품비중 8%뿐
최근 부동산관리시장 주목

3000억 원이던 매출이 최근 6년 사이에 3조 원으로 훌쩍 뛴 기업이 있다. LG그룹 계열 구매대행 전문기업 서브원이다. 이 회사는 클립, 펜, 책상, 의자 등 각종 사무용품에서 볼트 너트 등 산업용 부자재 구매 대행, 건물 관리, 부동산자산 관리, 리조트 운영까지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챙겨주는 일종의 ‘집사’ 같은 역할을 한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남아 있던 작년에 20% 성장한 2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3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브원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2004년부터 7년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김태오 사장(59·사진)의 ‘무한도전’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브원의 시작은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되기 전인 2002년 LG유통이 하던 구매대행 사업 일부를 떼어낸 LG MRO였다.

LG그룹의 초대 정도경영TF팀장을 맡아 일하다가 2004년 서브원 대표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은 “명색이 LG 간판을 단 계열사이지만 부임 당시 서브원의 그룹 내 위상은 초라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사명(社名)에서 ‘LG’를 떼어버리기로 했다. LG라는 우산 아래 있어서는 회사가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사무용품 구매대행과 건물 관리 등 협소한 사업 분야부터 다양화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볼트 너트 같은 산업용 부자재 구매대행 시장에 눈을 돌렸다. 제조업 비중이 큰 그룹 내 물량은 물론이고 부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 물량까지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구매대행 업계 후발주자였던 서브원은 김 사장 부임 이후 3년째인 2006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150만 개에 이르는 제품의 구매대행으로 서브원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2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LG그룹 물량은 8%에 그친다.

재무통으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은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의 70∼80%가 구매에서 발생한다”며 “구매에 낀 거품부터 빼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업들의 구매대행 아웃소싱 비율이 90%에 이르는 반면 국내 대기업은 40% 수준에 그쳐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브원이 블루오션으로 주목하는 시장은 부동산자산 관리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본들이 국내 기업형 부동산을 속속 사들이면서 건물 임대, 관리 등 자산관리업무는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CBRE, JLL, 쿠시맨앤웨이크필드 등 해외 부동산자산관리 업체들이 선점한 시장이지만 서브원은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1977년 LG화학에 입사해 34년째 LG에 몸담고 있는 김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장수 CEO로 손꼽힌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는 김 사장은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는 것이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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