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주일대사 부임 앞둔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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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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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 마찰, 소홀히 해도 과장해도 안돼”

“양국 정치 - 경제 매우 밀접
최근 혐한 감정도 줄어들어

中, 선진국 되려면 아직 먼 길
한중일 3국이 서로 도와야”

“식구 모두가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합니다. 아내와 딸이 직접 만들어 먹겠다며 슈퍼마켓에서 된장을 한 아름(두 팔을 크게 벌리며) 사가지고 (중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일본에 가면 갈비구이와 불고기도 그리울 겁니다.”

1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주일대사로 부임하기 위해 9일 한국을 떠나는 청융화(程永華·56) 주한 중국대사는 원래 ‘일본통’이다. 일본에서만 네 차례에 걸쳐 16년 남짓 근무했고 일본 내 정·관·재계 인맥도 탄탄하다.

하지만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지한파(知韓派)가 다 된 듯했다. 한국말은 여전히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랐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에 대한 우의와 애정을 흠뻑 쏟아냈다.

다음은 청 대사와의 일문일답.

1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9일 한국을 떠나는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는 5일 “최근 중한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적 마찰이나 갈등이 크게 줄었다”며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돌출되는 마찰은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1년 4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9일 한국을 떠나는 청융화 주한 중국대사는 5일 “최근 중한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적 마찰이나 갈등이 크게 줄었다”며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돌출되는 마찰은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6일 북한을 방문한다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내부(중국 외교부)로부터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방문은 중국과 북한 사이의 오래된 관례다. 현재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여러 차례 회담에 다시 나오도록 권고하는 등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왕 부장이 북한에 가면 자연스럽게 6자회담 얘기가 나올 것이고 중국의 입장을 얘기할 것이다.”

답변을 마친 그는 몇 초 뒤 “이는 내 추측”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중관계를 어떻게 보나.

“중한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서로 통하며, 국민끼리도 친근하다. 중국은 이미 한국 제1의 무역, 투자, 관광대상국이다. 한국 역시 중국의 3대 무역대상국(홍콩 제외)이다. 양국 모두 상대국 출신 유학생이 가장 많다. 특히 한국 내 유학생 중 70%는 중국인이다. 양국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기후변화 대응,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 문제에서 긴밀히 상호 협조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양국은 올해를 ‘중국 방문의 해’로, 2012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각각 정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기로 돼 있어 양국 지도자의 만남이 빈번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본다.”

―주한 대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지난해 5월 쓰촨(四川) 대지진 발생 1주년이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친히 지진 재난지역의 청소년을 청와대로 초청해주셨다. 앞서 1년 전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이 대통령께서 외국 원수로는 처음으로 지진 현장을 방문해 아이를 껴안고 격려해주셨다. 한국은 당시 119구조대를 보내고 구호물자도 많이 보내줬다. 이는 중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중국 속담에 ‘어려울 때 진심을 안다(患難見眞情)’는 말이 있다. 최근 ‘한중관계가 밀접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중국인이 많다.”

―중국 정부가 대북(對北) 제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결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해오고 있다. 우리는 결의내용을 임의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 제재가 북한의 민생 발전을 저해하거나 인도적인 원조를 막아서도 안 된다고 본다. 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지를 무너뜨려서도 안 된다. 정치와 외교를 통한 해결만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각 당사국과 협조해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국의 일부 청소년 사이에 일었던 ‘혐한(嫌韓) 감정’이 최근 줄어든 느낌이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출현하는 이런 문제는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과장해서도 안 된다. 양국은 최근 양국 국민의 감정상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한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해 문화체험 활동 등을 지원했다. 저 역시 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 중국 내의 허위나 날조 보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리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언론이 중국을 나쁘게 묘사하는 데 대한 비판과 반성이 있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최근 양국 국민의 감정상 갈등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 동아일보를 비롯해 양국의 언론 매체가 양국민의 상호 이해 증진과 우호 협력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망은….

“FTA 체결에 앞서 양국 모두 우려하는 분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FTA 체결은 이제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세다. 양국 무역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크게 줄지 않았고, 양국은 2015년까지 무역규모를 3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상호 협상을 통해 조기에 FTA를 체결함으로써 상호 공영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한중일 3국의 우호 협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한중일 3국의 경제력은 전 세계의 17%에 이른다. 한중일 협력은 1999년 3국 공동인식 이후 11년간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왔다. 3국 정상회의가 이미 두 차례 열렸고 최근엔 서울에서 3국 간 FTA 체결을 목적으로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를 위한 준비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중국은 3국의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중국이 올해 일본의 경제규모를 능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때 부임하는 소감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가 주목할 만한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위권 밖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지역 간 격차가 심하다. 선진국이 되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도 길다.”

청 대사는 가장 뛰어난 관광지로 설악산을 꼽았다. 지난해 2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갔다 왔단다. 부인 왕완(汪婉·50) 씨는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이다. 딸(21)은 현재 베이징(北京)대 법학과 4학년이다. 그는 “아내가 연구원이라 어쩔 수 없이 서로 떨어져 산다”며 “하지만 가족 모두 한국을 좋아해 짧은 임기였지만 아내와 딸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청융화:


△1954년 9월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출생

△1973∼1977년 일본 소카(創價)대 유학 졸업

△2000∼2003년 중국 외교부 아주사(亞洲司) 부사장

△2003∼2006년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

△2006∼2008년 주말레이시아 중국대사

△2008년 10월 26일∼2010년 2월 9일 주한 중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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