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의 기술/사탐이 제 아무리 방대해도… 핵심만 모아모아 ‘단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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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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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관련 수십가지 정보 압축-구체화… 나만의 ‘검색창’ 만든다

《서울의 인문계고 중위권인 2학년 홍모 군. 사회탐구영역 과목 중 윤리, 사회문화, 법과사회, 한국지리를 선택한 그는 “사탐 공부만 할라치면 숨이 턱턱 막힌다”고 했다. 과목수가 많고 공부해야 할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교과서, 노트필기, 참고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집까지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보면 한 단원의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데만 2시간. 문제풀이, 채점에 해설서까지 꼼꼼히 읽다 보면 사탐 한 과목에만 장장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날이 갈수록 참고서의 개념설명만 대충 훑어보고 책을 덮어버리는 날이 잦아졌다. 고1 때 2, 3등급을 했던 사탐성적은 2학년 들어 3, 4등급대로 떨어졌다.
홍 군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 바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통제하는 ‘단권화’의 기술이다.》


최근 수능 모의고사 사회탐구영역엔 단순 지식을 묻는 암기형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80% 이상이 단원통합형 또는 자료해석형 문제다. 개념만 달달 외운 중하위권은 이런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혼란에 빠진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문제에 제시된 정보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정답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서 신속 정확하게 답을 찾아내려면? ‘단권화’가 해답일 수 있다.

단권화란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 같은 여러 학습자료 중 한 권을 택해 핵심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넣는 것. 하나의 개념에 연결되는 수십 가지 정보를 압축·정리하는 기술로, 단원과 단원, 개념과 개념을 연결지어 공부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주 나오는 지도나 그래프, 도표는 따로 모아 자료집까지 만들면 금상첨화. 이게 바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사탐 노하우인 단권화 기법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느냐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기술’을 모르는 탓이다. 이 기술만 알면 1시간 안팎에 교과서 핵심요약정리는 물론 오답노트까지 만들 수 있다.

다음 3단계에 따라 지금 당장 나만의 정보체계를 구축하라. 대형 인터넷 포털 부럽지 않은 나만의 지식창고가 만들어지리라.

나에게 딱 맞는 ‘기본서’를 찾아라

단권화 작업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보를 집약할 ‘기본서’를 선택하는 것. 핵심개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그림, 도표, 지도 등 자료가 풍부한 학습 자료가 기본서로는 제격이다. 한 번 선택하면 수능 직전까지 수시로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서 기본서를 고르도록 한다.

기본서는 학습 자료의 장단점과 선택과목의 특징을 고려해 신중하게 고른다. 다음은 선택 시 유의사항.

「○ 교과서: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중요한 역사과목(국사·세계사·근현대사)과 윤리의 기본서로 안성맞춤. 단, 불필요한 서술이 많고, 핵심 내용을 찾기까지 전체 문장을 모두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 온라인 강의 교재: 단원에 상관없이 서로 관련 있는 정보가 주제별, 시대별 등으로 큰 범주에 따라 한 번에 정리돼 있다. 단원통합형 문제 대비에 효과적. 지도, 도표, 그래프 등 참고자료도 풍부하다.

○ 참고서: 개념설명이 충실하다.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다. 단,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담은 해설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단권화의 핵심은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을 선별해 압축하는 것이므로 300쪽 이상 되는 두꺼운 참고서는 피한다.

○ (기출)문제집: 새로운 자료를 많이 접할 수 있어 실전대비에 효과적. 반면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기대해선 안 된다. 완벽히 개념을 이해한 학생이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자기에게 딱 맞는 기본서를 찾았는가? 본격적인 기술 습득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중요도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가려내는 훈련이다.

먼저 교과서를 3회 이상 정독하며 기본개념을 숙지한다. 이때 모르는 내용은 밑줄을 그어 놓는다. 그 다음으론 최소 3년 치 수능 기출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 땐 어떤 자료가 지문으로 출제됐는지, 새롭게 등장한 용어는 없는지 주의 깊게 본다. 이런 정보는 기본서에 정리할 수 있도록 표시해 둔다. 문제를 다 푼 뒤에는 채점을 하고 해설을 꼼꼼히 읽는다. 이때도 역시 몰랐던 내용엔 밑줄을 그어둔다.

중하위권 학생이 단권화를 시도할 때마다 중도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키우지 않고, 정보를 적는 데만 열심이다 보니 ‘공부’가 아닌 ‘정리’에 몰두하는 주객전도 상황에 빠지는 것. 단권화 할 땐 ‘선(先) 개념이해 및 문제풀이 후(後) 단권화’ 공식을 명심해야 한다.

기본서에 정리할 정보를 모았다면, 그 중에서 핵심만 압축해 빠르게 정리하는 기술을 익혀보자.

알맹이만 뽑아 ‘키워드’로 정리하라

교과서, 노트필기, 문제집 등 공부한 내용과 기본서를 책상 위에 펼친다. 그런 다음 모아 둔 정보더미 속에서 △기본서엔 없는 핵심개념 △불충분한 이론 설명 △문제를 풀며 새롭게 알게 된 정보 △잘못 알고 있던 내용 △지도, 표 같은 참고자료 등 자기에게 꼭 필요한 알맹이만 쏙쏙 골라낸다.

정보를 선별하는 기술만큼 필요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모두 베껴 쓰다보면 불필요하게 시간 낭비를 할 수 있기 때문.

정보를 기록할 땐 △용어(개념) △뜻(정의) △특징 △예시(또는 예외사례) 순으로 정리하되, 기본서에 비슷한 내용이 나와 있거나 정확히 알고 있는 내용은 과감히 적지 않는다. 서술어, 조어는 생략한다. 증가, 감소와 같은 단어는 화살표나 ‘+’ ‘-’같은 기호로 대체한다.

나만의 정보검색장치를 만들어라

‘분명히 공부한 기억은 나는데…. 어디서 봤지?’

탐구영역 공부를 할 때면 이런 답답한 순간이 찾아온다. 자료를 뒤적이다 끝내 찾지 못하면 학습의지가 푹 꺾인다. 단권화를 할 땐 정보를 재빨리 찾을 수 있는 나만의 ‘검색장치’를 만들어 놔야 한다.

「①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라=핵심개념은 빨강색, 부연설명은 검정 등으로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펜으로 필기한다. 핵심개념과 연결되는 사례나 참고할 만한 자료는 파란 선을 그어 선으로 연결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②색인을 만들라=앞에 나온 내용이 뒤에 나온 내용과 연결될 땐 관련 내용을 다시 적지 말고 참고할 페이지를 눈에 띄게 적어 놓는다. 특정 단원의 문제를 풀 때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이나 사례는 포스트잇에 정리한 뒤 기본서의 가장자리에 붙인다.

색인카드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방법. 작은 수첩을 준비한다. ‘문화’ ‘정치’ ‘경제’ 등 큰 범주를 나누고 수첩 모서리에 색깔테이프를 붙여 구분한다. 각 범주에 시대, 사건, 인물 등 키워드를 적고 기본서 또는 교과서나 참고서의 페이지를 적는다. 수첩에 적힌 키워드를 보며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려보고 잘 생각나지 않는 부분은 옆에 적힌 페이지를 찾아보며 다시 확인한다.

③오답노트 기능을 추가하라=자주 틀리는 문제는 해당 단원의 여백에 오려 붙인다. 새로운 형태의 자료 또는 지문만 오려 붙여도 좋다.

④자료는 하나로 엮어 붙여라=서로 연결지어 공부해야 할 인물이나 사건은 표로 정리하고 자주 나오는 도표나 통계자료는 별도의 A4용지에 오려 붙인다. 이렇게 정리한 정보는 기본서 맨 앞장 또는 뒷장에 붙인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이번 ‘공부의 기술’ 취재에는 다음 공부의 ‘대가’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1]홍경진 씨(서울교대 과학교육과 09학번)
[2]최준환 씨(고려대 영어영문학과 06학번)
[3]유아람 씨(고려대 영어교육과 08학번)
홍경진 유아람 씨는 대학생연합동아리 ‘공신’의 멘터로 활동 중입니다.

2009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영역 한국지리 기출문제를 풀며 지금까지 익힌 ‘단권화 기술’을 연마해보자.

그래프는 북한에 위치한 지역의 기후 요소 값을 상대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A, B에 해당하는 기후 요소로 옳은 것은?
(단, 상대 비율은 기후 요소 값이 가장 높은 지역의 값을 1이라고 했을 때, 나머지 지역의 값임) [3점]



‘지역별 기후의 특징’을 두고 내용을 이용해 그래프의 요소를 맞추는 문제다.

→지역별 온도, 최난월 기온 및 최한월 기온, 강우량, 강설량, 강수량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 만약 틀렸다면 교과서, 참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밑줄을 긋는다. 그런 다음 해설 참조.

해설

A는 동해안에 위치한 원산이 가장 높은 값을 갖고 있으며 내륙에 위치한 중강진이 가장 낮은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기후 요소로는 최한월 기온이나 연강수량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B는 중강진에서 가장 높은 값이 나타나며 원산이 가장 낮은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륙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높은 값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연교차와 같은 기후 요소가 이에 해당한다.

→해설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에 밑줄을 긋는다.

나만의 문장으로 정리하기

밑줄 친 문장을 읽으며 정보를 정리한다. 연강수량은 해안일수록 많고 내륙일수록 적다. 연교차는 대륙도가 높을수록 더 높은 값을 보인다. 이때 ‘대륙도’란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대륙도란 바다에서 떨어져 있는 지수를 뜻한다.
실제 기본서에 압축·정리하기

연강수량 특징: 해안↑ 내륙 ↓
연교차의 특징: 대륙도↑ 연교차↑

※(참고) 대륙도: 바다에서 떨어진 정도/멀리 떨어질수록 지수↑
※ 참고서 p166(북부지역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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