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자율야구의 그늘 ‘LG 리더십 실종’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구단은 감독에게 연봉 외에 따로 신용카드를 줬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위해 쓰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전표 가운데는 대형마트 등 ‘가정용’도 많았다.

#고액 연봉을 받는 고참 선수는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 언론사에 편지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동료와 후배들을 챙기는 데는 인색했다.

과거 어느 프로구단에서 있었던 일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이런 감독과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윗사람의 영(令)이 서기 힘들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는 리더의 요건으로 고매한 인격과 실천을 내세웠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희생정신 등을 꼽았다. 바람직한 리더의 유형은 이를 논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많다. 하지만 리더십이 아랫사람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는 데는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는다.

후배 심수창과 선배 조인성의 경기 도중 말다툼으로 주목 받았던 LG가 이번에는 서승화의 후배 폭행으로 시끄럽다. 서승화는 ‘방망이 리더십’의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LG의 계속된 부진을 놓고 많은 이가 리더십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LG 이영환 단장부터 “우리 팀에는 마땅한 리더가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LG에는 왜 리더십이 보이지 않을까. 혹시 ‘자율야구’라는 이름 아래 자신만 챙기는 분위기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메이저리그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훌륭한 선수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팀을 먼저, 자신을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가장 훌륭한 선수는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다.”

‘백마 타고 온 초인’처럼 갑자기 리더가 나타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팀을 먼저 생각하는 다수의 구성원이다. 과거 어느 프로구단에서 있었던 일. 설마 LG는 아니겠지?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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