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취업사관학교]<12>경남 거제대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거제대학 전공동아리 ‘언더 더 시’ 학생들이 선배들과 함께 만든 잠수정에 앉았다. 이 동아리 출신 선배들은 모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취업했다. 사진 제공 거제대학
거제대학 전공동아리 ‘언더 더 시’ 학생들이 선배들과 함께 만든 잠수정에 앉았다. 이 동아리 출신 선배들은 모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에 취업했다. 사진 제공 거제대학
‘예비 造船맨’ 실제 설계도 놓고 씨름
삼성重-대우조선 설계프로그램 가져다 수업
“외국인 상대해야” 영어도 투자… 올 92% 취업

“부산·경남 지역에서 제법 알려진 국립대학 공과계열에도 합격했지만 졸업 후 취업문제까지 고려해 여기로 왔다. 이름이 덜 알려진 전문대학이지만 내가 열심히만 하면 대기업 취업은 더 수월하다.”

18일 거제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이재승 씨(19)는 조선소에 다니는 사촌형 덕분에 이 대학으로 왔다. 4년제 국립대학 공과계열에서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최소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하지만 거제대학 메카트로닉스계열에서는 상위 20%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보다 취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에 있는 거제대학은 한 해 졸업생이 360∼380여 명이다. 하지만 취업 현황은 우수하다. 올해 메카트로닉스계열 졸업자 43명 중 37명이 취업했다. 대우조선해양 12명, 삼성중공업 7명, SPP조선 3명, 성동조선 1명 등으로 모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대학 전체로는 올해 졸업자 364명 중 331명이 취업해 91.9%의 취업률(정규직 63.1%, 비정규직 28.8%)을 보인 것으로 집계(잠정)됐다.

취업률이 좋은 것은 현장 중심의 교육 덕분이다.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실습동 201호와 202호는 현장 중심 교육의 상징적 장소. 201호에는 삼성중공업 설계 프로그램이, 202호에는 대우조선해양 설계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김선일 조선정보기술계열 교수는 “두 회사 설계 프로그램을 모두 배우기 때문에 취업 후 현장 적응이 그 어느 대학 출신보다 빠르다”며 “선체 모형을 제작하는 수업시간에는 조선업체의 진짜 설계도를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내 용접 실습실은 조선업체들이 신입직원 교육 장소로 활용할 정도로 기업체 현장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교수들은 매년 인근 조선업체들의 신입사원 연수교육에 참여해 교육과정에 반영할 정보를 수집한다. 수시로 조선업체의 현장 부서에 배치돼 연수를 받기도 한다.

전공 동아리에 대한 지원도 각별하다. 잠수정을 만들어 보겠다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동아리 ‘언더 더 시(UTS·Under The Sea)’는 2년여 동안 2000만 원이 넘게 든 제작비를 학교로부터 지원받았다. 해저탐사로봇도 개발 중이다.

UTS 회원인 정성훈 씨(20)는 “제작을 직접 해보니까 설계를 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며 “매일 밤늦게까지 바쁘지만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들이 모두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사실을 희망으로 삼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분야 대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점수를 높이는 것이 전공 지식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선국 메카트로닉스계열 교수는 “조선분야는 발주자가 외국 업체이기 때문에 취업하는 순간부터 영어 지식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이 10년이 넘도록 방학 때 토익 무료특강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방학 동안 6주짜리 캐나다 무료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거제대학에는 최근 타 지역 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 김정택 선박기술계열 교수는 “예전에는 5∼10%였던 다른 지역 학생 비율이 2007년부터 늘기 시작해 지금은 20%쯤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부산 등 전국에서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친인척들의 권유로 입학하고 있다.

거제=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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