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Air]‘분장실의 강선생님’ 분장실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강유미의 오크. 원래 의뢰는 ‘회색 대머리’였지만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에 따라 가발을 썼다. 녹화 후 강유미는 머리의 ‘볼드캡’(대머리 분장에 쓰는 투명한 인조 피부)을 “악!”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단박에 떼어냈다.
강유미의 오크. 원래 의뢰는 ‘회색 대머리’였지만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에 따라 가발을 썼다. 녹화 후 강유미는 머리의 ‘볼드캡’(대머리 분장에 쓰는 투명한 인조 피부)을 “악!”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단박에 떼어냈다.
정경미의 요정. 처음 의뢰한 ‘갈색 웨이브 가발’은 “너무 예뻐 보인다”는 지적에 머리숱을 옆으로 넘기는 분장으로 바꿨다. “엄청 커야 한다”는 귀는 배미화 분장팀장이 종이로 만든 것. 정경미는 덜 웃긴다며 “속눈썹을 세 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정경미의 요정. 처음 의뢰한 ‘갈색 웨이브 가발’은 “너무 예뻐 보인다”는 지적에 머리숱을 옆으로 넘기는 분장으로 바꿨다. “엄청 커야 한다”는 귀는 배미화 분장팀장이 종이로 만든 것. 정경미는 덜 웃긴다며 “속눈썹을 세 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늘 같은 선배 강선생,

입술 화장도 후배 눈치보다니…

선후배의 적나라한 위계를 풍자한 KBS2 ‘개그콘서트’(일요일 오후 9시 5분)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폼만 잡는 최고참 강유미,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아랫사람은 핍박하는 안영미, 선배 말에 꼼짝 못하는 후배 정경미와 김경아. 특히 안영미가 후배를 나무라다가 강유미만 등장하면 잘 보이려고 돌변하는 대목 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의 실제 개그맨 공채 서열은 강유미(26)와 안영미(26)가 KBS 공채 19기, 정경미(29)가 20기, 김경아(28)가 21기 순이다. 극중 위계가 과연 실제 분장실에서도 적용될까.

○ 선배라도 아이디어는 양보 못해

‘개콘’ 녹화를 앞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분장실. 이날 영화 ‘반지의 제왕’ 캐릭터인 오크(강유미) 골룸(안영미) 요정(정경미) 간달프(김경아)로 분장했다. 분장 도중 립스틱 문제를 놓고 강유미와 김경아가 신경전을 벌인다.

“립스틱에 저작권 있어?”(강유미)

“선배님, 안돼∼. 오크가 립스틱 칠하는 게 어디 있어요?”(김경아)

강유미는 회색 일색인 오크 분장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 자신이 “여자 오크”라며 립스틱을 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간달프 분장에 립스틱을 칠한 김경아가 같은 분장이 겹치면 웃음의 효과가 반감된다며 은근히 반대 의사를 내비친다. 그러나 김경아는 선배의 뜻을 마냥 거스를 수 없어 “펭귄 입술처럼 가운데만 칠해요”라며 한발 양보한다.

강유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김경아는 “각자 분장의 특징이 있는데 내 걸 보고 입술을 칠하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고 말한다. 무대 위 ‘강 선생님’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김경아는 “선배와 너무 친해 이 정도는 받아준다”고 말했다.

강유미는 결국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다. 그는 “선후배도 아이디어 싸움에선 서로 경쟁자인데 후배 밥그릇을 뺏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안영미가 “나, 3년차 됐을 때 간신히 콧물 그렸어. 허락 받고!”라며 후배들을 압박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관련해선 통하지 않는 셈이다.

○ “똑바로 해, 이것들아!”

“지난번에 쓴 ‘펭귄 맨’ 가발 좀 찾아다 주세요.”(강유미)

“예, 애들한테 찾아보라고 할게요.”(정경미)

강유미가 분장을 마친 정경미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정경미가 나이는 많지만 개그맨 후배여서 강유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 정경미는 다시 ‘개콘’ 막내인 23기 김재성에게 심부름을 전달한다. 김재성이 가발을 찾으러 간 사이 강유미는 다른 가발을 써버린다. 가발을 찾아온 김재성은 헛걸음을 한 셈.

“선배님, 내일 행사 때문에 팀 회의에 빠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김경아가 정경미에게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양해를 구한다. 정경미는 엄숙하게 “그럼 회의를 금요일에 해야 하나”라는 애매한 대답으로 뜸을 들인다. 정경미는 곧 ‘정답’을 말한다. “안영미 선배에게 허락받고 와.”

극뿐만 아니라 실제 분장실에서도 선후배의 위계가 확실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의뢰와 실제 사이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웃음 코드 중 하나는 추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장. 분장하는 데만 1시간가량 걸린다. 이들이 손으로 그린 분장 초기 의뢰서와 실제 분장을 비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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